"대통령 집무실 NO" 벌집 쑤신 국방부 인근 부동산 민심

      2022.03.17 16:58   수정 : 2022.03.17 16:5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어제부터 주민들이 많이 찾아왔다. 몰표를 줬는데 어떻게 된 일이냐며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다."(서울 용산구 국방부 인근 A공인중개소 관계자)
17일 둘러본 용산구 이태원로 국방부 인근 아파트와 공인중개소들은 한결같이 뒤숭숭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국방부 청사 집무실 활용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 일대 부동산 민심은 벌집을 건드린 분위기였다.

국방부 인근 성난 부동산 민심
대통령 집무실 이전 소식은 국방부 인근 지역 주민들에겐 '대형 악재'로 다가왔다.
용산구를 동서로 가르며 국방부 앞을 지나는 이태원로가 우선 문제로 지목됐다. 국방부에서 불과 300m 정도 떨어진 용산파크자이아파트단지의 A공인중개사는 "삼청동처럼 검문소 설치라도 한다면 교통이 꽉 막힐까봐 주민들이 불안해한다"고 말했다. 이태원로에서 이어진 백범로를 이용하는 용산롯데캐슬센터포레단지 내 B공인중개사는 "이 일대 도로는 상습 정체 구간인데 대통령 집무실로 통제까지 하면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다"며 "오늘도 주민들이 볼멘소리를 한바탕하고 갔다"고 했다. 용산롯데캐슬센터포레는 국방부에서 1㎞ 정도 떨어져 있다.

국방부와 인접한 재개발 구역의 반발은 더 심했다. 대통령 경호를 위해 고도제한 등의 규제가 설정되면 사업 자체가 좌초될 우려때문이다. 국방부 바로 옆의 재개발지구인 한강로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 관계자는 "(집무실 이전시) 고층으로 못지을까봐 조합원들이 노심초사하고 있다"며 "아직 결정된 게 아니라 말로만 떠들지만, 혹여나 집무실 이전이 결정나면 난리가 날 것"이라고 했다. 이 구역은 재개발 후 최고층 높이가 119m인 지하5층~지상38층, 5개동의 아파트 497가구와 오피스텔 388가구가 들어설 계획이다.

집무실 이전이 확정되면 주민들의 반발 시위까지 우려되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소들은 "경찰이 와서 분위기가 어떤지 묻고 갔다"며 "이미 시위가 열릴 것을 각오하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서울시 관계자는 "고도제한을 설정한다면 도시관리계획 수립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규정된 의견수렴 절차가 있기 때문에 주민이 소외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와 떨어진 단지들 "나쁠 것 없다"
국방부와 떨어져 있는 용산구 아파트단지들은 집무실 이전에 대해 은근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용산구 이촌동 C공인중개사는 "오피스텔 매수를 문의했던 손님이 어제 전화가 와 거래를 서둘러달라고 재촉했다"며 "이번 이슈로 용산구라는 브랜드가 홍보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촌동 신축 아파트 단지 내 D공인중개사는 "주민들이 걱정하거나 하는 일은 없다"며 "국방부와는 거리가 있어서 교통이나 생활반경이 겹치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용산구 일대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선례가 없기 때문에 부동산 전망 예측이 어렵다"면서도 "경복궁 부근 북촌 상권을 보면 일반 주민이 크게 불편할 만한 규제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윤석열 당선으로) 용산공원 조성이 빨라지고 여당 후보의 용산기지부지내 임대아파트 건설계획도 사라진 건 확실한 호재"라고 덧붙였다.

heath@fnnews.com 김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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