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수사능력 떨어지고 권력 눈치… 없애거나 보완 필요"

      2022.03.17 18:24   수정 : 2022.03.18 08:16기사원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사법행정분과 간사를 맡은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윤석열 당선인의 사법개혁 공약에 대해 "너무 빨리 성과를 내려고 조급해하면 무리수를 둘 수 있다"며 "(지금 정치권이) 여소야대 상황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게 맞지 않나 싶다"고 밝혔다. 이 간사는 국민의힘 내 유일한 호남 지역구(전북 남원·임실·순창) 의원이다. 민주당 출신으로 더불어민주당 내에 폭넓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어 여소야대 국면에서 각종 쟁점 현안에 대한 갈등을 조율할 적임자로 꼽힌다.

윤 당선인이 이 의원에게 정무파트를 총괄토록 한 것도 이 의원 특유의 뛰어난 정무적 감각과 이념과 진영을 뛰어넘는 유연함, 주변의 두터운 신망 등이 인정받았다는 후문이다. 윤 당선인의 대표 공약인 '민정수석실 폐지'와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권 폐지' 등 고강도 사법개혁을 위해선 법 개정이 필요한 만큼 민주당의 협조가 절실하다.
이 의원은 지난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파이낸셜뉴스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사법개혁을 위해선 제도적 뒷받침이 되어야 하는데 야당에서 들어주겠나"라며 "굉장한 반대가 있을 수 있다. 국민적 공감대 속에서 야당도 동의하도록 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국 모든 일은 집권자의 의지가 중요한데 윤 당선인은 과거처럼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검찰을 권력에 종속시키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덧붙였다.

■대담= 김도우 사회부장

―유일한 호남 지역구 국민의힘 의원으로서 향후 역할은.

▲여소야대 상황에서 대통령이 일을 잘할 수 있도록 정권 초반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협치가 중요한 만큼 대통령이 국정 수행하는 데 문제가 없도록 최대한 역량을 발휘하겠다. 여야 협치를 어떻게 이끌어 낼지, 또 그걸 어떻게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게 하는지가 절실하다. 나는 호남이 지역구이고 민주당에서도 일해봤다. 그런 측면에서 최대한 대통령의 뜻과 의지를 살려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

―정무장관 신설 가능성은.

▲정무수석을 기본적으로 없애거나 줄인다는 것인데, 제왕적 대통령제에선 수석을 두면 실제로는 장관들 위에 있게 된다. 장관이 책임지고 할 수 있는 구조가 안된다. 수석을 좀 줄여줘야 장관이 책임지고 국정을 위임받아 운영해 나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무수석을 살려 놓는다면 정무장관이 필요 없다. 다만 정무수석을 없앤다면 그 기능을 할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그래서 특임장관이나 정무장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대선 이후 정계개편 전망은 어떻게 보나.

▲한국 정치사를 보면 정계개편은 총선 직전에 이뤄진 경우가 많았다. 지방선거 결과도 영향을 끼칠 것이고.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지금 가진 결과를 결코 지키기 어렵다고 본다. 또 야당으로서 총선을 치르면 위기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물갈이 얘기가 나올 거고. 서로 다른 생각들이 민주당에 공존하는데 그 사람들끼리 충돌하면 상당수가 이탈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게 개인적 생각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개헌 추진 여부는.

▲쉽지 않을 것이다. 개헌의 필요성은 계속 제기돼왔다. 대통령의 뜻과 여당의 뜻, 야당의 뜻이 모두 부합해야 하는데 서로 이해관계가 상충된다. 경우에 따라선 민주당이 개헌의 욕구가 생길 수 있는데 그때 윤 당선인의 뜻이 어떤지가 중요할 것이다. 윤 당선인은 지역과 이념을 통합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지금 같은 제도에선 성취하기 어렵다고 본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역할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처음 검찰개혁 일환으로 공수처를 만들 때 그 취지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수사능력이 부족한 거 같다. 권력으로부터 독립되고 객관적으로 하라고 했는데 눈치를 더 본다. (윤 당선인은) 공수처가 없어지거나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 수사지휘권 폐지 공약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그동안 너무 많이 지휘했다. (윤 당선인은) 법무부 장관이 개별 상황에 대해 지휘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경찰청과 국세청은 별도 예산을 편성하고 관여 안하지 않나. 검찰청만 예외로 둘 이유가 없다. 그동안 검찰의 독립성을 법무부 장관이 존중해줬는데 지금은 무너뜨렸다. 그래서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을 없애고 예산을 컨트롤하는 것도 없애겠다는 것이다.

―민정수석실은 폐지되나.

▲구체적인 것을 이야기하긴 이르다. 아직 논의된 바가 없다. 조금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민정수석실 폐지로 인사검증은 법무부와 경찰이 맡게 된다던데.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기능을 다 빼면 검증은 어떻게 하겠나. 어떤 형태로든 다른 기관에서 맡거나 여러 논의가 있을 것이다. 지금 언론에서 나온 것을 토대로 진전시키는 건 맞지 않다.

―사법개혁 추진 과정에서 법 개정 등 난관은 없나.

▲너무 빨리 성과를 내려고 조급해하면 안된다. 대통령 임기가 5년 단임이기 때문에 일찍 승부를 내야겠다 할 수 있는데 그럼 무리수를 둘 수 있다. 이번 대통령 선거도 굉장히 작은 차이가 나지 않았나. 일거에 할 힘도 없다. 여소야대이기 때문에 겸손하게, 장기적으로 하나하나 쌓아나가는 쪽으로 가는 게 맞지 않나 싶다. 모든 일은 집권자의 순수한 의지가 중요하다. 윤 당선인은 (과거처럼) 안하겠다는 것이다. 검찰을 권력에 종속시키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민주당과의 협력은 수월할까.

▲사법개혁을 위해선 제도적 뒷받침이 돼야 하는데 야당에서 들어주겠나. 굉장한 반대가 있을 수 있다. 국민적 공감대 속에서 야당도 동의하도록 하는 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기 위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본다.

―검찰의 힘이 비대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현 정부는 검찰의 중립성, 권력으로부터의 독립, 견제능력이 없어서 검찰개혁을 시행한 것 아닌가. 하지만 지금의 검찰을 보면 죽도 밥도 아닌 상황. 검찰개혁은커녕 검찰개악이 된 상태다.
결국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검찰을 어떻게 독립적이고 중립적으로 만드는지, 스스로 자정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봐야 한다. 이에 대해선 누구보다 당선인이 잘 아실 것이다.
그 뜻에 따를 수밖에 없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김학재 김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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