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북아프리카 식량난 시작…"2차대전 이후 최악"
2022.03.22 18:00
수정 : 2022.03.22 18:34기사원문
21일(현지시간)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우크라이나에서 밀을 공급 받아온 중동과 북아프리카 국가들이 대규모 식량난 및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이집트, 튀니지, 리비아, 시리아, 레바논 등에 밀 주요 수출국이다.
유엔의 데이터에 따르면 세계 최대 밀 수입국인 이집트는 국제 시장에서 구매하는 밀의 80% 이상을 우크라이나 및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충격으로 이집트파운드 가치는 17% 가까이 떨어졌다. 이같은 하락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 식량 공급망이 큰 타격을 입은 후 나온 것이다. 이집트의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10%에 달했으며 식량 가격은 20% 상승했다. 이날 이집트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대처를 위해 기준금리를 1%p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의 사무총장인 데이비드 비즐리는 "우크라이나는 재앙 위에 재앙을 더했을 뿐"이라며 "현재 수준의 식량 위기는 2차 세계대전 이후로 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유엔 국제농업개발기금(IFAD)은 식량 가격 상승과 곡물 부족의 영향이 이미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체감되고 있다고 밝혔다. 길버트 흥보 IFAD 회장은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는 전세계적으로 기아와 빈곤의 확대를 초래할 수 있으며 세계 안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요 농산물 생산 국가의 가뭄과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인한 2007~2008년 식량 위기 때 전 세계 40개국 이상에서 폭동이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최근의 식량난은 세계 최빈곤층에게 가장 큰 비극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시상황으로 비료가격마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 식량난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날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천은 비료가격을 추종하는 그린마켓 지수를 인용, 세계 비료가격이 전주보다 10% 급등,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국제 비료가격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한 달 전보다는 40% 폭등했다.
비료가격이 폭등하고 있는 것은 러시아가 세계 최대의 비료 수출국이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쟁에 돌입함에 따라 비료 수출전선에 이상이 생겨 국제 비료가격이 크게 뛰었다. 특히 요소와 칼륨 가격이 큰 영향을 받았다.
국제 해운회사들이 서방의 대러 제재로 러시아 항로를 피하면서 국제 물류에도 병목현상이 발생하고 있어 러시아산 비료가 제때 수입지에 도착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러시아는 서방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비료 수출을 줄이라고 국내 업체들에게 지시했다.
높은 비료 가격은 농업 생산을 감소시켜 글로벌 식량위기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