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책사' 김소영 필두로 정책 대전환… 소주성 지운다

      2022.03.22 18:22   수정 : 2022.03.22 18:22기사원문
대통령이 경제문제 전부를 챙길 수 없다. 가능하지도 않다. 효율성도 떨어진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시대를 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출범하면서 당선인의 경제브레인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경제1분과 간사를 맡은 최상목 전 기획재정부 차관, 인수위원인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신성환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 등이다.
새 정부의 경제정책은 상당 부분 이들이 품고 있는 이상과 정책구상에서 출발한다. 기재부 차관과 국무조정실장을 거친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도 경제브레인으로 꼽힌다. 인수위에서는 인수위 정책 전반을 총괄하는 '상원' 격인 기획조정분과 간사를 맡고 있다. 50조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 처리와 정부 구조조정 등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주의로 전환…정부 색깔 뺀다

22일 민간경제연구소 고위 관계자에게 인수위 경제1분과의 정책방향을 묻자 답변은 간단했다. 문재인 정부의 규제강화 기조를 바꾸고, 소득주도성장을 폐기하는 쪽에 방점을 찍을 것이라고 했다.

'작은 정부'와 '시장주의'로 요약된다. 이는 윤 당선인이 선거운동 과정에서 내놓은 언급과 궤를 같이한다. 윤 당선인은 지난 1월 초 인천에서 열린 한 강연에서 "국가와 정부는 국가와 정부가 아니면 할 수 없는 딱 그 일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최 전 차관과 김 교수, 신 교수는 시장경제와 민간혁신을 강조하는 시장주의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경제정책의 큰 틀은 김 교수가 구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예일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윤 당선인이 정치에 입문한 후 만든 정책자문단에서 경제분과 간사를 지냈다. 이른바 '책사' 역할도 했다. 거시경제와 국제금융정책 전문가다.

김 교수는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성장의 폐해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 왔다. 이를 고려할 때 정부의 인위적 시장개입을 지양하는 경제구상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수요중심의 소득주도성장론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게 김 교수의 입장이다. 성장은 기본적으로 지속성장을 의미하고, 이를 위해서는 공급능력(기업 등)이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정부주도형 '한국형 뉴딜정책'에 대해서도 성장을 되레 악화시킬 수 있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경제 속에서 기업이 혁신할 수 있지, 정부주도로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논리다. 이와 함께 김 교수가 정부 지출 구조조정을 비롯한 국가부채 관리방안을 주요 정책구상으로 내놓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경제선순환…기업에서 출발해야

정부 역할 축소와 시장주의로의 전환은 기업규제 완화와 맞물려 있다. 규제 관련 정책은 최 전 차관이 역할을 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최 전 차관은 기업 활동의 자유를 대폭 높이되, 책임은 강화하자는 소신을 갖고 있다. 경제의 선순환은 기업에서 출발한다고 봤던 미국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과 맥이 닿아 있다.

최 전 차관은 행정고시 29회로 재무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장,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을 거쳤다. 박근혜 정부 때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기재부 차관을 맡기도 했다.

최 전 차관은 지난해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등과 함께 집필한 '경제정책 어젠다 2022'에서 '기준국가'라는 개념의 도입을 제안했다. 이들은 모두 새 정부 첫 경제부총리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인물들이기도 하다.

자유, 복지, 환경, 안전 등에서 우리보다 앞서가는 기준국가를 정하고 그 나라 수준으로 규제를 개혁하자는 게 주장의 핵심이다. 이를 통해 사회적 논란도 최소화하고 기업이 어려워하는 노동시장 유연성도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 성장, 복지의 선순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밖에 기업구조개혁 방안, 상속세 완화 등도 주장했다.

다만 기업의 자율성을 강화하지만 공정 부분의 중요성은 여전히 강조한다. 최 전 차관은 기업에 더 많은 자유를 준다면 기업도 그에 상응해서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한다고 했다. 공정한 경쟁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대주주 중심의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비지배주주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견제장치 등을 늘려야 한다고 봤다.

■금융·부동산도 규제완화 흐름 탈 듯

신 교수도 학계 안팎에서는 시장경제주의자로 정평이 나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장을 지냈고, 한국금융학회 회장인 그는 재무관리와 국제금융 분야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의 금융정책에 대해 소신 있는 비판 의견도 제시해 왔다. 언론 기고 등을 통해 신 교수는 "모든 문제는 기본적으로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을 통해 해결될 수 있다"며 "금융정책의 핵심은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규제의 선진화'가 돼야 하며 금융을 정책목표의 수단으로 이용해선 안된다"고 지적해 왔다. 대출규제와 관련, 획일적 총량규제보다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통한 선별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다.

추경호 의원은 윤 당선인이 공약한 정부 출범 후 50조원 규모의 추경 추진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재부 차관,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 등을 거친 이력으로 최고의 적임자라는 평가가 많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는 자영업자·손실보상 목적이다. 윤 당선인 측은 취임 전 추경안을 편성, 현 정부와 협의를 전제로 내달 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1분과는 연금개혁방안 마련에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연금개혁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데다, 특히 국민연금 개혁을 더 이상 방치하기 힘들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서다.
경제1분과와 사회복지문화분과에서 연금개혁방안을 마련하고,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가 지난 18일 공식 출범했지만 우려의 시각은 여전하다.
경제연구소 고위 관계자는 "전문가들이라곤 하지만 교수 출신이 많아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까지 대두되는 위기상황에서 현실을 안일하게 인식할까 우려된다"며 "(교수 출신이 내놓은) 소주성의 실패가 반면교사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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