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소비자 변화 읽지 못한 韓화장품, 5년만 점유율 20% 하락"
2022.03.23 14:53
수정 : 2022.03.24 16:05기사원문
【베이징=정지우 특파원】한국 화장품 브랜드가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것은 변화하는 고객의 구매 습관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로 인해 마케팅 전략도 예전의 것을 그대로 고집했다는 지적이다. 한국 화장품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5년 만에 20%가량 떨어졌다.
관영 환구시보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는 최근 기사에서 “한국 화장품 브랜드가 중국에서 빛을 잃었다”며 이 같이 분석했다.
23일 매체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 산하 고급 화장품 브랜드인 헤라는 중국 각지의 오프라인 매장 문을 닫았으며 공식 위챗(중국판 카카오톡)에서도 온라인 판매를 중단했다.
중국 시장에서 업무 규모를 줄이는 한국 화장픔 브랜드는 헤라뿐만이 아니다. 이니스프리는 지난 1월 중국 대륙에 있는 판매점 약 80%를 폐쇄했다. 이니스프리는 올해 말까지 140개점으로 줄일 예정이다.
매체는 한국 화장품 브랜드의 경우 끊임없이 변하는 중국 소비자의 구매 습관에 맞춰 마케팅 전략을 적절하게 조정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매출을 올리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 이후 초강력 봉쇄와 외출이 줄어든 것도 부진의 원인으로 꼽았다.
베이징의 쑨모씨는 당초 헤라 제품의 팬이었지만 지금은 국내, 미국, 유럽의 화장품 브랜드를 더 선호한다. 그는 글로벌타임스에 “당시 헤라 제품이 대유행이었다. 인기 있는 한국 스타들의 홍보와 함께 널리 퍼진 광고를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헤라는 한류 붐을 타고 2016년 7월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이보다 2년 전인 2014년 한국은 중국 시장에 6억 달러 상당(약 7300억원)의 화장품을 수출했는데, 이는 전체 세계 수출량의 31%를 차지할 정도로 영향이 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여러 해 동안 중국 시장은 수없이 변화했다고 진단했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아이미디어의 장이 최고경영자는 “중국은 1995년부터 2000년에 태어난 대다수 사람들이 소비습관을 바꾸면서 새로운 세대의 소비자들도 생겨났다”면서 “(이처럼)중국인의 소비 습관과 개념은 변화하고 있지만 한국 화장품 브랜드는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현재 중국 화장품 시장은 온라인과 라이브 스트리밍이 판매의 중요한 수단이다. 그러나 한국 화장품 브랜드의 마케팅 전략은 이전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전경련)에 따르면 한국 화장품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2016년 27.0%에서 2020년 18.9%로 내려앉았다. 이 자리는 프랑스 제품이 차지했다. 중국의 프랑스 화장품 수입은 2012~2016년(32억 달러) 대비 2017~2021년(120억7000만 달러)에 4배 가까이 증가했다.
매체는 중국 내 한국 화장품 매장 폐쇄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발효,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 등 한중간 무역·경제 협력 확대 조치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지난해 한중 교역액은 3623억5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6.9% 증가했다.
바이밍 중국 상무부연구원 국제시장연구소 부소장은 “한중 FTA 2단계 협상은 서비스 업종에 대한 무역이 쟁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한국산 제품의 우수한 품질과 심플하고 현대적인 디자인은 여전히 중국 소비자에게 인정을 받고 있는 것으로 글로벌타임스는 평가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