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최하위 계층 ‘선별적 지원’ 집중… 복지 새 틀 짠다
2022.03.24 18:24
수정 : 2022.03.24 18:42기사원문
■경제책사 이석준, 복지 큰그림 그릴 듯
24일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윤 정부가 출범 후 보편적 복지를 표방한 문 정부의 색깔을 지우고 선별적 복지로 전환할 것이라고 짚었다.
모두에게 퍼주는 것이 아니라 정말 필요한 곳에만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할 것이라고 봤다.
윤 당선인도 민간 중심의 성장이 자연스레 복지로 흘러갈 수 있다며 '작은 정부론'을 내세우고 있다.
성장을 통해 지속가능한 복지를 실현하고, 이를 통해 경제활동 주체를 재활시키는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이 윤 정부의 모토다.
윤 당선인의 복지정책을 위해서는 우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특별고문으로 임명된 이석준 전 실장이 큰그림을 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윤 당선인이 대선캠프를 꾸리며 사실상 처음 영입한 인사로, 경제정책의 초안을 만들었다. 경제부총리 후보군에도 오르내린다. 윤 당선인의 서울대 1년 선배로 사석에서는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알려졌다.
이 특별고문의 생각은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인 최상목 전 기획재정부 차관과 함께 쓴 저서 '경제정책 어젠다 2022'에서 엿볼 수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양극화 완화를 시대적 과제로 제시했다. 양극화를 고도성장의 어두운 면으로 규정하고, 연 소득 1200만원 이하 계층에 최대 월 50만원을 지급하는 '부의 소득세'로 사회안전망을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특별고문은 "부의 소득세제는 대한민국 모든 국민에게 기본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최저보장소득을 보장하고, 일정소득까지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소득세를 환급하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최하위 계층에 선별적 복지를 지원하면 전체적 성장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이 특별고문은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재정경제부, 기획예산처,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거쳤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미래창조과학부 제1차관과 국조실장을 지냈다.
■안상훈, 연금개혁 주도 예상
이 특별고문의 복지에 대한 큰그림은 사회복지문화분과 인수위원으로 선정된 안상훈 서울대 교수가 이어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는 윤 당선인의 복지를 설계한 대표적 인물이다. 선거캠프에서는 지속가능한복지국가 정책본부장을 맡았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사위로, 박근혜 정부의 '생애주기 맞춤형 복지'를 설계하기도 했다.
안 교수는 무분별한 현금 복지를 경계하고 사회서비스 복지를 내세우고 있다. 이는 윤 당선인의 생각과 궤를 같이한다.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을 위해 전 국민에게 돈을 주는 현금 복지가 아닌 독일·스웨덴 같은 나라가 지난 30년간 해온 개혁 방향처럼 보육·교육 등을 통한 서비스 복지를 해야 한다는 게 안 교수의 입장이다.
안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서비스 복지는 대량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며 "또 성장을 위해 4차 산업혁명을 하면 노동시장에서 고용 취약계층이 생기는데, 민간분야와 협업해 서비스 복지를 하면 돈을 쓰는 것보다 더 많은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연금개혁에 시동을 거는 새 정부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금개혁에서 윤석열 정부의 촉진자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강석훈·김현숙 투톱도 중책
윤 정부의 복지 디테일은 인수위 정책특보로 발탁된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김현숙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가 맡을 것으로 보인다. 강 정책특보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2년 총선에서 서울 서초을에 공천을 받아 정치권에 입문했다.
18대 대선에서는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과 함께 박근혜 캠프의 공약을 총괄했다.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에서 국정기획분과위원을 맡아 박근혜 정부의 밑그림을 그렸다. 이후 경제수석까지 맡은 정책통으로 분류된다.
그는 문재인 정권 내내 복지 포퓰리즘에 선을 그으며 무분별한 복지는 후대에 큰 빚을 남긴다고 경고해왔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는 후보정무실장직을 맡아 경제공약을 수립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당선인의 마지막 복지정책 퍼즐은 김현숙 정책특보다. 김 정책특보는 2012년 정계에 입문한 뒤 19대 국회에서 비례대표를 지냈다. 국회 공무원연금특위 위원으로서 연금개혁안 마련과 국회 처리 과정에서도 핵심 역할을 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을 지냈다.
윤 캠프에서는 저출생·보육, 보건의료 분야 정책을 짰다. 그는 교수 시절부터 근로능력이 없는 사람들에 한해서만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운용해야 한다며 선별적 복지를 강조해왔다. 또 이 특별고문과 마찬가지로 부의 소득세 도입을 주장한다.
두 정책특보는 박 전 대통령의 인수위와 청와대를 거치면서 '생애주기별 복지' 정책을 만드는 데 참여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국민 개개인의 맞춤형 복지를 구현하는 정부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는 윤 당선인 구상도 생애주기별 복지를 발전시킨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윤 당선인의 복지·노동쪽 브레인들이 대체로 박근혜 정부 인사들이라 실패한 정부의 정책을 답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 복지연구소 관계자는 "기존 보수정권의 복지정책을 답습하는 것보다 선진국의 복지정책을 선례로 삼고 따라가야 한다"며 "최 전 차관이 '경제정책 어젠다 2022'에서 제안한 '기준국가'라는 개념을 참고할 만하다"고 말했다.
기준국가란 자유, 복지, 환경, 안전 등에서 우리보다 앞서가는 기준국가를 정하고 그 나라 수준으로 규제를 개혁하자는 게 핵심이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