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으로 세계화 시대는 끝났다" 대형 기관투자가들

      2022.03.27 04:40   수정 : 2022.03.27 04:4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이 세계화를 끝장 낼 것이란 대형 기관투자가들의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크게 흔들렸던 세계화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사실상 종말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비용·편익을 고려한 국제 분업과 이를 토대로 한 국제 공급망이 살아남기 어렵게 됐다고 기관투자가들이 판단하고 나섰음을 뜻한다.



비교우위의 이점을 강조한 국제경제학 이론이 설 자리를 잃고, 잇단 공급망 충격 속에 각국에서 서서히 자국 중심의 공급망·생산망 체제로 전환하는 시동이 걸린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이 되도록 비용이 낮은 곳에서 생산하고, 부가가치가 높은 연구개발(R&D) 등은 자국에서 추진하는 형태의 국제 분업화, 세계화 시스템은 그동안 생산비를 낮춰주고,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억제하는 역할을 해왔지만 점차 옛날 이야기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제분업, 세계화에 경제 성장을 의지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새 경제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30년간의 세계화 시대는 끝났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세계화 시대가 끝났다고 판단하고 있다.

26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블랙록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래리 핑크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냉전 이후 지난 30년간 이어져왔던 국제질서가 흔들리고 있다면서 "세계화 역시 종말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핑크는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많은 공동체와 사람들에게 고립감을 안겨주고 있고, 이들이 내부로 눈을 돌리도록 만들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오늘날 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양극화와 극단주의가 심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해외에서 국내로 방향을 트는) 대규모 공급망 방향전환은 본질적으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촉발한다"고 강조했다.

오크트리자본운용 공동창업자인 하워드 막스도 FT 기고문에서 세계화가 이제 역내 공급망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고 말했다.

막스는 역외생산은 "각 나라와 기업이 긍정적인 외교관계를 맺고, 자국 교통 체계 효율성을 높이도록 부추겼"지만 이제는 상황이 역전됐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 갈등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

컨설팅업체 매킨지의 댄 스완은 "우크라이나 전쟁은 공급망 차질 패턴이 점점 더 자주, 더 심각해지는 패턴의 일부를 보여준다"면서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 지난해 수에즈운하 운항 불능, 코로나19 팬데믹 등 전세계를 무대로한 국제 공급망은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공급망 다시 역내로
공급망 역내 회귀 신호탄을 쏜 것은 반도체다.

팬데믹을 앞두고 반도체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 속에 반도체 업체들이 생산을 줄인 반면 팬데믹 기간 소비자들의 전자제품 수요가 급증하면서 반도체는 심각한 수급 불균형에 빠졌다.

이때문에 반도체 설계에 집중하면서 생산은 아시아로 돌린 미국과 유럽은 극심한 반도체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1990년 전세계 반도체 생산의 약 80%를 차지하던 이 두 지역은 2020년 생산 비중이 20%로 쪼그라들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 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미국내에 공장을 짓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값 싼 해외 에너지에 의존했던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 가스·석유 가격이 치솟자 국내 재생가능에너지 투자에 박차를 가할 수밖에 없게 됐다.

유럽 각국이 에너지 독립 길로 나아가게 될 전망이다.

인플레이션, 혁신과 AI로 돌파
타이코캐피털 부 CEO 토머스 프리드버거는 세계화 종말은 기업들의 지난 30년간 막대한 순익이 끝장난다는 것을 뜻한다면서 낮은 장기 금리, 낮은 법인세율 역시 세계화 역행과 함께 다 옛 일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본질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수밖에 없다.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의 글로벌 주식 최고투자책임자(CIO) 비르지니 메종누브는 기업들이 살아 남기 위해 혁신에 집중할 것이라면서 화석연료 대신 재생가능에너지로 작동되는 인공지능(AI)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는 혁신이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메종누브는 세계화 역행은 "겉보기에는 매우 인플레이션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분야별로, 또 재정지원 등 관련 정책이 어떻게 이뤄지느냐에 따라 비용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면서 AI 활용으로 비용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타이코의 프리드버거는 궁극적으로 탈세계화(deglobalisation)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면서 더 지속가능한 경제모델을 구축할 기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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