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폭증에 헌혈 부족 사태도 심각…"혈액수급 비상"
2022.03.28 16:22
수정 : 2022.03.28 16:2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원래 헌혈을 꾸준히 하는데 한 달 반은 못 했죠."
파이낸셜뉴스가 지난 26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헌혈의집 광화문센터에서 만난 50대 A씨는 지난해 말 계획했던 헌혈을 하지 못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A씨는 10년 전부터 주기적으로 두세 달에 1번은 꼭 헌혈을 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초 코로나19 확진으로 헌혈을 올해 1월 중순까지 미뤄야 했다.
코로나19 확진 시 자가격리 기간 이후 4주까지 헌혈을 할 수 없다. 최근 오미크론 영향으로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헌혈 또한 줄어 국내 혈액 보유량이 급감한 상황이다.
■ 혈액 보유량 3.1일분 '위기'…수도권 비상
28일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혈액 보유량은 1만5431유닛으로 3.1일분에 그쳤다.
대량 수혈이 필요한 큰 사고 발생을 대비해 일평균 5일분 이상 보유해야 하는 적정량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다. 특히, 혈액형별로 O형이 2.6일분(3760유닛)으로 가장 적고, AB형이 2.8일분(1566유닛), A형 3.0일분(5157유닛), B형 3.7일분(1326유닛)으로 모두 적정 보유량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혈액 수급량이 부족한 이유는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으로 헌혈 부적합자가 늘어서다.
헌혈의집 광화문센터는 하루 평균 40~50명 가운데 5~10명을 코로나19 완치 후 4주가 지나지 않아 돌려보내고 있다.
김재란 헌혈의집 광화문센터 부책임간호사는 "잘 모르고 센터까지 와서 돌려보내는 인원만 해도 이 정도인데 아예 오지 않은 확진자까지 생각하면 그 수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수도권의 혈액 수급량은 위기 수준이다. 타 지역 대비 인구가 많다 보니 코로나19 확진자도 급증했고, 대형 병원이 많아 혈액 사용량 또한 많아서다.
김대성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수급관리팀장은 "하루에 전국에서 공급되는 5400~5500유닛 가운데 수도권에서 2500유닛 이상을 쓰고 있다"며 "다른 지역에 비해 수도권 혈액보급량이 감소해 여유 있는 다른 지방에서 끌어다 쓰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공무원·군인 동원해보지만..민간 참여가 필요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아도 백신 접종으로 헌혈을 못 하는 사례도 일부 나타났다.
지난 25일 서울 마포구 헌혈의집 홍대센터를 방문한 장세운씨(66)는 총 68회에 이를 정도로 꾸준히 혈액을 기부했지만 코로나19 발생 이후 헌혈을 7~8개월 미뤘다.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뒤에도 7일간 헌혈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장씨는 "코로나19 백신 3차까지 맞고 연말에는 독감주사, 폐렴주사 등까지 맞으면서 혹시 약물이 혈액에 영향을 미칠까 봐 오래 쉬었다"고 말했다.
경미한 의심 증상이 있어도 헌혈을 못한다. 헌혈 당시 음성이더라도 추후 확진이 될 경우 폐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 간호사는 "원래 감기환자는 혈액에서 염증 반응이 일어날 수 있어 3일간 헌혈을 못 한다"며 "코로나19 이후에는 더욱 자세하게 증상이 있는지, 관련해서 검사는 받아봤는지 심층 상담을 하고 각별히 주의해 헌혈자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혈액 수급 위기는 현 시점 확진자가 헌혈하지 못하는 4월 말~5월 초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 팀장은 "지금처럼 확진자가 20만~40만명 정도 계속 발생하면 5월 초까지 누적 1000만명 정도가 헌혈을 못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 상황에 대해) 혈액 공급 위기가 예고되자 정부가 공무원, 군인들에게 헌혈을 독려해 어렵게 의료기관에 공급하고 있다"며 "이미 헌혈한 사람은 두 달 동안 헌혈을 못해 민간 참여도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간호사는 "다른 재난의 경우 구호하기 위해 지갑을 열기가 어려울 수 있지만 사람의 몸에는 항상 여유분의 혈액이 있다"면서 "의미 있고 중요하지만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일이 헌혈"이라며 참여를 독려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