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사실상 푸틴 퇴진 촉구에 러 반발… 백악관은 진화

      2022.03.27 18:11   수정 : 2022.03.27 18:11기사원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 연설에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권좌에 계속 남아 있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CNN, AP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폴란드 바르샤바 궁전에서 유럽 순방 마무리 연설을 통해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는 이미 전략적으로 실패했다"며 신속하고 가혹한 대가만이 러시아의 진로를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인들은 우리의 적이 아니다.

나는 (푸틴) 당신이 병원, 학교, 산부인과 병동이 러시아의 미사일과 폭탄으로 파괴되는 것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반드시 끝내야 하며 또 끝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민주주의의 목을 조르고 있다. 러시아에서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그렇게 하고 있다"며 "푸틴은 민족 결속이라는 잘못된 주장을 정당화하며 이웃 국가들을 점령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비(非)나치화 했다고 주장했지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라고 꼬집었다.
외신들은 해당 발언이 미국의 대러시아 접근자세의 변화를 시사한다며 사실상 푸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에 러시아는 즉각 반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정권교체는) 바이든이 결정할 일이 아니다"라며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인이 선출한다"고 비난했다. 러시아는 지난 10여년 간 미국과 서방 동맹국들이 자국의 정권교체를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백악관 관계자는 이 같은 발언이 사전에 준비되지 않았다며 침공에 대한 비판의 일환이라고 해명했다.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 요점은 푸틴 대통령이 이웃국가나 지역에 대해 개입해선 안 된다는 의미"라며 "러시아 정권교체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바르샤바의 한 난민 시설에서도 대본에 없는 발언을 해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는 취재진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생각을 묻자 "(푸틴은) 도살자"라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주 유럽 순방을 떠나기 전, 푸틴 대통령의 전쟁범죄 인정 여부를 두고서도 행정부와는 다른 입장을 보인 바 있다. 그는 백악관에서 푸틴을 전범으로 부를 준비가 돼 있느냐는 질문에 처음에 "아니다"라고 답했으나 나중에 돌아와서 기자들에게 질문을 다시 해달라고 요청하면서 "그가 전범이라고 생각한다"고 번복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진심으로 말한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러시아 지도자가 전쟁 범죄를 저질렀는지 여부를 판단할 법적 절차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국무부는 최근 공식적으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전쟁범죄를 저질렀다고 밝혔지만 푸틴 대통령의 이름은 직접적으로 거명하지는 않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폴란드 방문기간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에 대한 군사지원을 다시 요청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토의 탱크와 항공기 1%만 요구한다"며 국제적인 군사 지원 강화를 거듭 요청했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SNS에 올린 동영상 메시지를 통해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유럽 공동 안보 강화 필요성이 언급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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