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칼빼자 행정소송 맞불…'임신중지' 사이트 뭐길래
2022.03.28 06:43
수정 : 2022.03.28 06:43기사원문
[편집자주]'後(후)스토리'는 이슈가 발생한 '이후'를 조명합니다.
(서울=뉴스1) 윤지원 기자 = "이 사이트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제겐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임신중절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 '위민온웹'(Women on Web)이 지난 2019년에 이어 또 한번 접속 차단됐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해당 웹사이트가 약사법에 위반하는 약물을 배포해 현행법을 위반했다며 이같은 조치를 결정했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임신중단에 대한 정보접근권을 침해한다고 비판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사단법인 오픈넷, 위민온웹국제재단, 휴먼라이츠워치, 진보네트워크센터 등을 비롯한 17개 국내외 시민단체는 지난 11일 방심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들 단체는 방심위의 이번 결정이 임신중단이 필요한 여성의 정보접근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주장한다. 특히나 지난 2019년에 있었던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판결 이후 제도적 공백이 발생한 상황에서 임신중단이 필요한 여성들이 취약한 상황으로 내몰린다는 점에서다.
IT 분야 시민단체 오픈넷은 11일 논평자료를 내고 "임신중단 유도제 도입을 두고 (중략) 제도 공백 상태가 길어지고 있는 혼란의 상황에서 아무런 대책 없이 내려진 사이트 전체 차단 결정의 최대 피해자는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 처한 여성일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2월13일 방심위는 KT 등 통신사업자를 대상으로 위민온웹 웹사이트 전체를 접속 차단하라는 시정요구 처분을 결정했다. 지난 2019년에도 접속 차단된 위민온웹은 인터넷주소(URL)을 변경해 운영을 재개해왔다. 당시 방심위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요청으로 웹사이트 차단을 단행했다. 다만 이번에는 식약처 요청이 아닌 일반 민원이 접수되면서 심의를 거쳐 처분 결정이 내려졌다.
방심위가 웹사이트 접속 차단 결정을 내린 이유는 위민온웹이 임신중지 의약품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민온웹은 임신중단을 원하는 여성에게 일정 정도의 기부금을 받고 관련 의약품을 제공해왔다. 현행법상 전문 의약품을 처방전 없이 구매하거나 약국개설자가 아닌 자가 의약품을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다.
방심위는 현행법에 따라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방심위 사회법익보호팀 관계자는 "기부금의 형태로 약이 배포되고 있었고 약사법상 무상증여도 결국 판매 범주에 들어간다"며 "전문 의약품을 처방전 없이 구매하는 것은 실정법상 불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이를 두고 방심위의 결정이 과도하다고 말한다. 이번 행정소송에서 위민온웹 측 대리인을 맡은 법무법인 봄의 양규응 변호사는 "임신중절 약을 제공하는 부분에 대해서 위법성이 있다면 해당 부분 사이트만 폐쇄한다거나 그 부분만 삭제하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전체 접속 차단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해당 사이트에는 임신중단 약뿐만 아니라 여성들의 건강이나 재생산권에 대한 안내도 제공하는데 그런 정보까지 차단하는 건 비례원칙에 반한다"고 말했다.
위민온웹 측은 방심위의 결정이 절차상 하자가 있고 적법한 처분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도 보고 있다. 사전통지와 의견 진술의 기회가 없었다는 점에서다. 또 위민온웹이 여성의 자기결정권, 건강권 및 재생산권 등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상당한 이유 있는 정당행위 내지 긴급피난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방심위 관계자는 "사전통지는 불법이 아닌 정보에 대해 법령이 아닌 심의 규정으로 처리하는 경우에 해당하고 명백한 불법 정보는 의견 진술을 예외로 두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지난 2019년 헌재 판결 이후 방치된 제도적 공백을 손봐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픈넷 측은 "해당 사이트 차단으로 여성들은 훨씬 비싼 가격으로 다른 곳에서 이 필수의약품을 구입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정부는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단을 보장하는 법과 정책으로 현재의 법적 공백을 메꿀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