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찬에게 제발 사형을..." 유가족 오열에도 김병찬 미동도 없었다

      2022.03.29 05:00   수정 : 2022.03.29 06:2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법에 의해 김병찬을 죽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매일 매일 생각하고 준비한 것이 이 종이 쪼가리 하나 뿐입니다. 한 맺히게 토해낸 한 글자 한 글자가 칼보다 더 무섭다는 것을 알게 해주시길 바랍니다. 판사님, 김병찬을 사형에 처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딸이 세상 떠난지도 모르고 중매가 들어오면 슬퍼진다.

오늘도 내 딸이 사준 신발을 신고 왔다. 10년 넘게 아침마다 메시지를 주고받았는데, 그게 끝나니까 사는 게 사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헤어진 여자친구를 스토킹하다가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김병찬의 피해자 유족이 법정에서 재판부에 사형 선고를 눈물로 호소했다.
재판부는 "유족의 마음을 감히 헤아릴 수 없을 것 같다. 건강 잘 추스르길 바란다"며 위로했다.

피해자 A씨의 아버지 B씨와 어머니 C씨는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재판장 정진아) 심리로 열린 김씨의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보복살인 등) 등 혐의 사건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재판부는 이날 '양형 증인'으로 B씨와 C씨를 법정에 불렀다. '양형 증인'이란 형벌의 정도를 정하기 위해 재판부가 참고로 삼는 증인을 뜻한다.

증인 신문에 앞서 재판부는 피해자 부모에게 "피고인 김병찬이 있는 자리에서 하겠는가? 비대면으로 해도 피고인이 말을 들을 수 있는데 앞에서 하겠는가?"라고 의사를 물었다. 피해자 부모는 "네. 김병찬이 직접 들어야 한다. 앞에서 하겠다"라고 답했다.

증인으로 먼저 나선 B씨는 앞서 준비해 온 호소문을 꺼내 읽어 내려갔다. 그는 "지난해 11월 19일 사고가 있던 날 처음 면 사무소 직원에게 사고 소식을 들었을 때 교통사고인 줄만 알았다"라며 "딸이 참혹하게 죽임을 당했을 줄은 몰랐다"라고 말을 시작했다. 이어 "제 딸이 살인마와 만나면서 (부모가) 걱정할까, 염려할까 힘든 내색도 하지 않고 만나는 사실조차 몰랐다"라고 말했다.

눈물을 흘리며 호소문을 읽어간 B씨는 "저 살인마에게 똑같은 범죄로 되갚아 줄 수는 없지만, 평생을 감옥에서 참회하며 살게 해 주겠다고 딸에게 약속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 살인마는 칼을 준비했고, 저희가 준비한 것은 이 종이 조각에 불과하다"라며 "하지만 한 맺히게 토해낸 한 글자 한 글자가 칼보다 더 무섭다는 것을 알게 해달라"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피해자 어머니 C씨도 증인으로 나서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고 하지만 가슴에도 묻히지 않는다. 딸이 죽은 줄 모르고 중매가 들어올 때마다 가슴이 멘다"라며 "가정 파괴범 김병찬의 사형을 간절히 바란다"고 눈물을 흘렸다.

아울러 "평소 어떤 딸이었냐"는 검찰 질문에는 "오늘도 딸이 사준 신발을 신고 왔다"며 오열했다. 피해자의 여동생과 친척도 이날 방청석에서 고개를 떨군 채 함께 눈물을 흘렸다.

이날 수의를 입고 피고인석에 앉아 있던 김병찬은 유족들의 증언 내내 눈을 감고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김병찬 측은 앞서 재판에 이어 이날도 우발적으로 일어난 범행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김병찬은 총 12명의 변호사를 선임했다. 김병찬 측은 앞서 재판에서 흉기를 미리 챙겨간 이유가 무엇인지 캐묻자 "죽이려는 생각으로 찌른 것은 아니고, 흥분해 아무 생각 없이 칼을 휘둘렀다"라고 주장했다.

김병찬은 지난해 11월 19일 서울 중구 한 오피스텔 주차장에서 30대 여성 A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김병찬을 스토킹 범죄로 네 차례 신고한 후 경찰의 신변 보호를 받던 중이었고, 김병찬은 법원으로부터 접근금지 등 잠정 조치를 받은 상태였다. 김병찬은 첫 재판에서 살해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범행이 우발적이었다며 보복성은 부인했다.


김병찬의 3차 공판은 다음 달 11일 진행된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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