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이름부터 새로 짓자
2022.03.29 14:02
수정 : 2022.03.29 14:02기사원문
유럽연합(EU)은 가상자산에 대한 맞춤형 규제를 도입하고, 기업들이 주식·채권 등 금융산업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시험할 수 있도록 규제샌드박스를 적용하는 '가상자산 규제안(MiCA)'을 의결했다. 가상자산 기업에 27개 EU 회원국에서 공통적으로 허용되는 사업허가를 줘, 글로벌 기업들이 유럽 내에서 활발하게 가상자산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전통 금융산업의 입장에서 '실체도 없이 위험천만한 골칫덩이' 정도로 취급하던 가상자산이 혁신의 중심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2019년 파이낸셜뉴스가 암호화페, 가상통화 등으로 제각각 불렸던 용어를 ‘가상자산’으로 통일하자고 제안할 당시, 안팎에서 반론이 만만치 않았다. '가상자산'이라는 용어가 가상자산을 배척하기 위한 전통 금융권의 입장만 반영한 용어라는게 핵심이었다. 왜 몰랐으랴. 그러나 엄연히 대한민국 국회 의결을 거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 '가상자산'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니, 공인된 언론으로서 법률을 따라야 한다는게 파이낸셜뉴스의 판단이었다.
오는 5월 출범할 윤석열 정부는 가상자산 산업을 성장산업으로 인정하고, 세금과 사업 관련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공약했다. 윤 당선인의 공약 때문인지, 글로벌 시장 움직임에 부응해서인지 아직 판단하기 이르지만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일제히 가상자산 사업을 전진배치하고 있다. SK그룹은 올해 안에 자체 가상자산을 발행하겠다고 공언했고 LG그룹은 가상자산 거래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이쯤되면 우리 정부도 가상자산에 대한 정의를 새로 내려줘야 한다. '실체도 없이 위험천만한 골칫덩이'로 보는 입장을 바꾸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가상자산의 정의와 효용을 인정하고, 산업으로 육성할 수 있는 새 이름을 짓는 것부터 가상자산 정책의 틀을 새로 잡았으면 한다.
cafe9@fnnews.com 이구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