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비의료인 문신 시술 처벌' 합헌...타투이스트 "시대착오적 판단"

      2022.03.31 17:01   수정 : 2022.04.01 09:2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비(非) 의료인의 문신 시술 처벌은 위헌이 아니라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관련 단체는 '시대착오적 결과'라며 강력 비판했다.

3월 31일 헌법재판소는 ‘의료인이 아닌 자의 문신 시술을 금지하고 처벌하는 의료법 제27조 1항과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5조 제1호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을 재판관 5대4의 의견으로 청구를 기각했다.



헌재의 심판 대상 조항은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의료 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해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처벌하는 근거가 돼왔다.

헌재는 "문신시술은 감염과 염료 주입으로 부작용 등 위험을 수반해 피시술자뿐 아니라 공중위생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비의료인의 문신시술 허용은 사회적으로 보건위생상 위험의 감수를 요한다”고 했다.


이어 "문신시술 자격 제도와 같은 대안 도입은 완전히 새로운 제도의 형성과 운영을 전제해 이는 입법재량의 영역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또 "입법부가 이러한 대안을 선택하지 않고 국민건강과 보건위생을 위해 의료인만이 문신시술을 하도록 허용했다고 해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 행위 처벌은 30년 전 대법원 판결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법원은 지난 1992년 ‘문신 작업자가 진피를 건드릴 수 있고, 문신용 침으로 인해 질병 전염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을 불법으로 판단했다. 이후 헌재도 2007년 등 비의료인의 문신시술 행위 처벌은 합헌이라는 판단을 내려왔다.

그간 각 법원은 대법 판례에 따라 무면허 의료행위를 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타투이스트들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고, 지난해 12월 김도윤 타투유니온 지회장도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대법 판결 이후 30년이 지나면서 타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변화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해 10월 관련 연구보고서를 통해 "국내 시술자 35만명, 이용자는 1300만명에 이르는 만큼 문신 행위가 대중화돼 가고 있다"며 "문신 등 시술행위의 양성화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릴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 16일 국회에 "타투 시술의 전문성과 안전성을 높이고 시술자의 직업선택의 자유가 침해되지 않도록 체계를 제도화 하는 방향을 입법돼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헌법재판소의 기각 결정에 문신 관련 단체는 판결이 시대를 따라가지 못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임보란 대한문신사중앙회 이사장은 "변화한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재판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시술자들의) 소중한 권리를 박탈한 데에 대해 헌재는 각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이사장을 포함한 이들 단체는 지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4차례 헌법소원 청구를 했다.

김도윤 지회장도 "국민 모두가 직립보행을 하는데 아직 사족보행에 머물러 있는 헌법재판소는 1992년도 궤변의 앞 발을 들어준 격"이라며 "변화의 첫 발을 내딛어야 할 사법부가 '우리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며 무책임한 발언을 하는 것에 크게 실망했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오는 5월 3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대규모 집회 등을 열 예정이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이정화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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