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있다 갈건데요" 지켜지지 않는 매장 내 일회용품 금지
2022.04.01 17:03
수정 : 2022.04.01 17:0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잠깐 있다가 나갈 거라서 일회용 컵 받았어요."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이 금지된 첫날. 1일 오전 9시30분께 서울시 종로구 한 카페에서 A씨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으로 커피를 받았다. 잠시 들렸다던 A씨는 자리에 앉아 문제집을 폈고 2시간여간 같은 자리서 머물렀다.
환경부는 1일부터 카페와 식당 등 식품접객업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을 제한을 재개했지만 곳곳에서는 혼란과 불만이 터져나왔다.
이날 서울 종로구 카페에서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이 빈번히 나타났다. 이날 오전 9시~10시 서울시 종로구 A카페 매장 내 고객 12명 가운데 6명이 일회용 컵을 사용했다. 이들은 곧 커피를 들고 나가겠다는 이유로 일회용 컵을 받았다.
카페 직원과 점주들은 고객에게 다회용기 사용을 강제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종로구 B카페 직원 전모씨(22)은 "매장에 계신 손님이 일회용 컵을 쓰고 계셔서 다회용 컵으로 바꿔 드릴지 여쭸는데 금방 나갈 거라고 하셨다"며 "나간다고 하시면 우리도 어찌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카페 점주 나모씨(41)는 "매장 이용 고객이 10%밖에 안 되는데 그 중 40%는 ‘금방 나간다’며 일회용 컵으로 바꿔달라고 한다"며 "5분만 앉아계시다가 그대로 나가면 저희는 남은 음료를 일회용 컵에 담아준 뒤 사용한 다회용기를 씻는 등 일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나씨는 "가뜩이나 코로나19 때문에 저희같은 소상공인은 인건비 줄이려고 인력을 줄이고 있는데 설거지 등 일이 늘어난 셈"이라고 토로했다.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 제한은 지난 2018년 생활쓰레기 저감을 목적으로 시행된 이후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한시적으로 중단됐다. 환경부는 고시를 개정하고 유예기간이 필요하다는 업계 의견을 반영해 이날부터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을 다시 제한하기로 했다. 시행 중단 2년 만에 재개되는 셈이다. 다만 이번 규제 적용에 따른 단속보다는 지도와 안내 중심의 계도 활동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카페를 방문하는 고객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김모씨(30)는 "일회용 컵이 위생 면으로도 더 좋다"며 불편함을 표했다. 또 다른 시민들도 "코로나19 감염 등 여러 이유로 찜찜한 기분이 들어 사실 일회용 컵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반면 긍정적인 시각도 나온다. 이모씨(35)는 "워낙 일회용품이 많이 쓰여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코로나19 확산도 점차 줄고 있어 안전 면에서도 괜찮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모씨(35)는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와 환경보호 차원에서 줄여야 한다고 생각해왔다"며 "다회용기를 회수하면 보증금 돌려받는 정책도 나온다고 하니 일회용품 포장도 점점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위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 금지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안철수 대통력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시행 나흘 전인 지난달 28일 코로나비상대응특위 전체회의에서 "생활폐기물을 줄이자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하필이면 왜 지금 이 조치를 시행하는지 모르겠다"며 코로나19 유행이 잠잠해질 때까지 시행을 유예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에 환경부는 인수위와 협의한 끝에 폐기물 저감 취지와 식품접객업소 우려를 고려해 이날부터 기존 지침을 시행하되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될 때까지 지도와 안내 중심의 계도 활동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날부터 매장 내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금지 규제는 유효하지만 위반하더라도 과태료 처분이 내려지지는 않는다. 당초 이날부터 위반 사항이 적발되면 최대 2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했다.
한편 오는 6월 10일부터 카페·패스트푸드·제과제빵점 등 가맹점사업자(프랜차이즈) 매장 3만8000여곳에서 일회용 플라스틱·종이컵을 사용하면 1개당 보증금 300원을 내야 한다. 사용한 컵을 매장에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오는 11월 24일부터는 식품접객업소 매장을 비롯해 집단급식소 등에서 종이컵, 플라스틱 빨대와 젓는 막대를 사용할 수 없다. 편의점과 같은 종합 소매업과 제과점은 비닐봉지 사용이 금지된다. 음식점과 주점업은 이용객에게 비닐봉지를 무상 제공하면 안 된다.
beruf@fnnews.com 이진혁 노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