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늘리면 뭐해요? 바뀐 게 없습니다"... 자영업자, "고통 여전하다"
2022.04.03 14:52
수정 : 2022.04.03 14:5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여긴 다 회사원이예요. 재택근무 많아져서 뭐 영업시간 한 시간 늘렸다고 해도 의미 없어요."
지난 1일 오후 6시30분께 서울 중구 한 당구장에서 직원 이모씨는 이렇게 말했다. 열개 남짓 가량 있는 당구장에 손님은 단 3명 뿐이었다. 코로나19 발생 직전부터 일했다던 이씨는 "지금은 매출이 1/3로 줄었다"며 "원래는 이 시간이면 두 테이블만 남고 9팀 정도로 꽉 찰 시간인데…"라며 말을 흐렸다.
정부가 또 한 번 사회적 거리두기를 소폭 완화했지만 자영업자들은 효과가 크지 않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특히 회사가 몰려있는 업무 중심지 인근 자영업자들은 바뀐 사회적 분위기 탓에 상권 자체가 침체됐다고 주장했다.
■사라진 회식 문화에 1시간 조정 의미없어
파이낸셜뉴스가 지난 1일 오후 8시 서울 중구의 한 호프집을 찾았다. 거리두기 완화 소식에도 이 지역은 손님 없이 한산했다.
직원 이모씨(29)는 "회사 상권이라 단체 회식이 많았는데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반 이상 떨어졌다"며 "영업시간 제한이 11시로 풀린 이후 이제 겨우 손님도, 매출도 20% 정도 다시 늘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앞으로 영업시간 제한이 모두 풀려도 매출이 회복할 지 모르겠다"며 "회식 문화 자체가 사라져 손님이 크게 늘지 않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자영업자 대다수는 정부의 2주간 사회적 거리두기 소폭완화에 효과가 없을거라고 진단했다.
서울 중구에서 노래방을 21년째 하고 있다는 김모씨(61)는 "우리는 손님들이 3차로 찾는 업종"이라며 "9시나 10시나 한 시간씩 늦추는 게 별 도움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씨는 "11시까지 늘려봐야 10%나 근소하게 올랐을까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자영업자들은 바뀐 회식 문화가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오미크론이 퍼지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며 "회식도 식당에서만 하고 3차까지 오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씨는 "종업원도 4~5명 정도 썼는데 다 내보내고 지금 내가 걸레질을 하고 있다"며 "지금 막내가 대학에 들어가 4년은 버텨야 하는데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숨 쉬었다. 자영업자들은 선제적으로 영업시간 전면 철폐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호석 코로나19자영업자총연합 회장은 "영업시간 제한을 철폐해야 자영업자들이 다시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며 "고객들 스스로가 자기 방역을 하고 있어 인원 제한보다 영업시간 완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향후 2주간 위중증과 사망을 줄여나가면서 의료체제가 안정적으로 관리된다면 향후 거리두기를 완전히 해제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자영업자, "손실보상 시급"...매출회복기미 안보여
자영업자들은 온전한 손실보상이 거리두기 완화보다 시급한 정책이라고도 주장했다.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은 "정부는 실질적으로 막대한 손해를 본 유흥·식당·카페 등 집합금지 및 제한 업종에 선택과 집중하는 손실보상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오후 10시 이후 영업매출이 올라가는 업종인 노래방, 유흥업 등은 이미 30% 이상 폐업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지호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사무국장은 "정권과 여야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것은 정부의 일방적인 행정명령으로 고통 받고 피해를 본 자영업자들의 정신적, 재산적 손실"이라며 "새 정부는 기존 정부에서 하지 못한 자영업자의 부족한 손실 보상을 채워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노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