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 사망' 이은해·조현수, 경찰 최초 수사 때 '거짓말탐지기' 동원했으나 실패
2022.04.02 19:52
수정 : 2022.04.02 19:52기사원문
(경기=뉴스1) 이상휼 기자 = '가평 계곡 익사사건'의 유력한 살해 용의자 이은해(31)와 내연남이자 공범 조현수(30)가 뒤늦게 공배수배된 가운데 최초 경찰의 수사가 변사로 내사종결한 이유에 대해 의문이 일고 있다.
피해자 A씨(사망 당시 39)는 2019년 6월30일 경기 가평군의 3m 깊이 용소계곡물에 뛰어들었다가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졌다.
사고가 발생한 다음날 <뉴스1>이 이 사건을 최초 보도했을 당시 소방당국과 경찰은 "숨진 A씨가 아내와 동료들과 함께 식사한 뒤 물놀이하다가 변을 당했다"고 상황을 설명한 바 있다.
2일 경찰에 따르면, 3년 전 수사 당시 경찰은 변사사건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했다.
A씨 앞으로 사망시 거액의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는 생명보험이 가입된 점을 경찰은 파악했으나, 살인 혐의점을 잡지 못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살아 있을 때 평소 주변에 '내 명의로 생명보험이 있다. 내 생명은 5억원이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은해가 보험에 가입하도록 유인했다고 의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당시 A씨를 물에서 건져낸 구조 소방대원과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들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했으나 타살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A씨의 유족 등 주변인들이 망자가 수영을 못하는 점, 이은해와 조현수의 관계에 대한 의문점 등을 제기해 두 사람을 상대로 거짓말탐지기 조사도 진행했다.
하지만 결정적 수사 실패의 원인은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영장을 발부받지 못한 점'이었다.
이은해는 '남편이 스스로 뛰어든 점, 외관상 타살 혐의가 없는 점, 이 같은 상황에 대한 목격자들이 다수인 점' 등을 근거로 억울함을 호소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휴대전화 압수는 한사람의 인생을 들여다보는 것이므로, 압수수색 영장이 보다 더 까다로워지는 추세다. 억지로 신청하기 어렵다"라며 "당시 타살이 아니라고 증언하는 목격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강제수사로 전환하기는 힘들었다"고 밝혔다.
다만 "만약 휴대전화 압수해서 분석했더라면 계획된 보험사기와 이전까지의 살인미수에 대해서도 파악해낼 가능성은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은해와 조현수가 A씨의 사망에 앞서 같은 해 2월 강원 양양군의 펜션에서 A씨에게 복어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여 살해시도한 점, 사망 전달인 5월 경기 용인시의 낚시터에서 A씨를 물에 빠뜨려 익사시키려다가 미수에 그친 점 등은 최근에 드러났다.
2건의 살인미수 혐의에 대해 수사 초기 경찰은 인지하지 못했다.
잊혀져가던 이 사건은 A씨의 사망 9개월 뒤 이은해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도와주세요, 보험사가 사망보험금 지급을 악의적으로 미룹니다'는 제목의 게시물을 올리면서 다시 부각됐다.
이은해는 해당 글에서 "2019년 6월30일 7명이서 계곡에 놀러갔는데 남자들끼리 다이빙하다가 마지막으로 뛰어내린 배우자가 물 밖으로 나오지 못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어 "같은 해 10월 중순 경찰조사가 사고사·익사로 종결됐고, 사망진단서에도 비의도적사고·익사·외인사로 나와 있다. 부검결과도 익사로 나왔다"며 "같은 해 11월11일 사망보험금을 청구했지만 보험사에서 '자살'로 몰고 간다"고 썼다.
뒤이어 "가장을 잃고 아이와 살아나가기 위해 야간택배로 생활한다. 남편의 사고 후 나의 몸과 정신 상태는 피폐해졌다"며 "보험사의 과도한 조사와 보험금 지급이 언제 될 지 모른다는 이야기에 절망스럽다"고 했다.
이후 유족 등의 제보로 한 시사프로그램에서 이 사건을 다뤘고, 고양지역 경찰은 이은해와 조현수를 살인과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입건해 수사한 뒤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에 불구속 송치했다.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은 이씨와 조씨의 주거지 관할인 인천지검으로 이 사건을 이송했고 인천지검은 지난해 12월 이들을 불러 조사했다.
이씨와 조씨는 올해 1월 검찰의 추가 소환조사를 앞두고 도주한 뒤 3개월째 종적이 묘연한 상황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은해는 남편 명의로 가입한 생명 보험금 8억원을 노리고, 내연남 조현수와 공모해 범행한 혐의다.
이은해와 조현수는 성매매 업주와 종업원으로 만나 사귄 사이로 알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