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의 흔적…조천읍에 찾아온 따뜻한 봄
2022.04.03 06:02
수정 : 2022.04.03 06:02기사원문
(서울=뉴스1)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 4월3일, 제주엔 아름다운 봄 풍경과 함께 가슴 시린 역사가 생각나는 날도 찾아왔다.
제주관광공사는 보다 특별한 제주 봄 여행을 즐기려는 여행객을 위해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제주 4.3 사건의 아픔도 만날 수 있는 조천읍을 추천했다. 제주 4.3 사건은 1947년부터 1954년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 및 진압 과정에서 무고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을 가리킨다.
에메랄드빛 바다, 현무암으로 쌓인 돌담길과 낮은 지붕들이 가득한 정겨운 마을 풍경의 조천읍이지만 4.3 사건의 아픈 흔적들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조천읍 여행은 4.3 당시 단일사건으로는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남긴 북촌리 마을을 중심이뤄진다. 주요 코스는 '북촌마을 4.3길~너븐숭이 4.3기념관~ 북촌포구~북촌환해장성~창꼼바위~북촌돌하르방미술관~함덕 서우봉 진지동굴'로 이어진다.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팽나무가 자리 잡은 '북촌마을'. 소박하고 정겨운 풍경의 마을이지만 음력 12월19일이 되면 마을 사람들 모두 제사 준비로 분주해진다. 북촌리는 마을 주민 400여명이 집단학살을 당하는 등 4.3 사건의 피해가 가장 컸던 곳으로 현기영의 소설 '순이삼촌'의 배경이 되는 장소이기도 다.
북촌리 마을 내 너븐숭이 일대는 모두 4.3 사건의 흔적들이다. '넓은 돌밭'이라는 뜻의 제주 방언인 너븐숭이는 제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돌밭이다. 북촌리의 넓은 돌밭은 4.3 사건 당시 사람들을 학살했던 장소로, 현재는 너븐숭이 4.3기념관과 위령탑과 각명비가 세워져 있다.
너븐숭이를 지나 나타나는 '북촌포구'는 옛날부터 해산물이 풍부해 마을 사람들의 경제적 원동력이 되었던 곳이다. 마을 주민들의 오랜 벗이었던 북촌포구 또한 4.3 사건의 슬픔을 간직한 역사 현장이다.
당시 우도에서 제주읍으로 향하던 배가 거칠어진 풍랑에 의해 북촌포구로 뱃머리를 돌렸다. 북촌포구에 들어서면서 고기떼를 향해 쏜 총소리를 듣고 접근한 무장대에 의해 우도지서 경찰관 2명이 희생됐다.
어쩌면 잔혹하고 아픈 역사의 시작은 작은 오해에서 비롯되었는지도 모른다. 현재는 마을을 묵묵히 지키는 영락없는 포구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파도 소리가 잔잔하게 들려오고 물결이 반짝이는 소박한 포구이지만 당시 참혹했던 현장을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코스를 마무리 하는 함덕해변의 동쪽엔 서우봉(오름)이 있다. 4.3을 모르는 이에게는 그저 아름다움 풍광을 자랑하는 명소지만 이곳에도 참혹했던 역사의 아픔이 서려있다. 서우봉에는 일제강점기에 파놓은 진지동굴이 여럿 있는데 4.3 사건 때는 주민들의 피난처로 이용됐다.
'서우봉'은 가볍게 걷기 좋은 산책길로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다. 서우봉 전망대에서는 함덕해변은 물론 저 멀리 보이는 오름까지 한눈에 보인다. 서우봉을 오를 계획이라면 석양이 지는 시간에 맞춰 방문하는 것도 추천한다.
코스 주변 맛집으로는 상춘재가 있다. 상춘재는 본래 청와대 내의 전통적인 한식 가옥으로 비공식 회의가 이루어지거나 외빈을 접견하는 데 사용되는 곳이다. 상춘재는 그곳의 이름을 딴 상호인 것. 이름에 걸맞게 내부에는 청와대 마크가 찍힌 식기들이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집은 싱싱한 해산물을 넣은 비빔밥으로 유명한데 통영멍게비빔밥과 세꼬막비빔밥을 가장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