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죽여도 감옥 안간다고?" "처벌 높여도 예방효과 미미"
2022.04.03 18:11
수정 : 2022.04.03 18:11기사원문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에서 심은석 판사는 위와 같이 말한다. 심 판사는 극중 옥상에서 벽돌을 던진 촉법소년에 의해 아이를 잃는다. 그 소년은 촉법소년이란 이유로 처벌을 받지 않고 이후에도 또 다른 강력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법무부 "촉법소년 기준 조정 지원"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달 29일 대통령 인수위 정부사법행정분과 업무보고에서 촉법소년 연령기준을 현실화하는 방안을 지원하겠다고 보고했다.
촉범소년은 현행 소년법상 만 10~14세로 규정됐으며 범법행위를 저질러도 형사 처벌을 받지 않게 된다. 강력범죄를 저질러도 성인처럼 형사 처벌을 받는 대신 가정법원 소년부 또는 지방법원 소년부의 보호처분을 받게된다. 보호처분은 감호위탁·수강명령·사회봉사명령·보호관찰 등이다. 아직 인격적으로 미성숙한 청소년을 강하게 처벌하기 보다 교육과 재사회화를 통해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당선인은 현재 '만 14세 미만'인 촉법소년 연령 상한을 만 12세 미만으로 낮추는 공약을 내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도 후보 시절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심상정 전 정의당 후보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반대했다.
법무부는 현재까지 촉법 소년 연령 하향 조정에 대해 명확하게 찬반 입장을 내지는 않고, 구체적 연령 기준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은 상황이다.
촉법소년 연령하향은 갈수록 늘어나고 흉포화 되는 소년 범죄로 인한 것이다.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촉법소년 범죄 건수는 지난 5년간 58% 증가했다. 2017년 7896건, 2018년 9049건, 2019년 1만22건, 2020년 1만584건, 2021년 1만2501건이다. 강력범죄로 소년부 송치 건수도 2017년 6286건에서 2021년에는 8474건으로 35% 증가했다.
■국회서도 촉법소년 연령하향 추진
국회 차원에서도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하향하는 법안들이 발의되고 있다. 이종배 의원(충북 충주)은 지난달 23일 형사미성년자 나이를 12세 미만으로 조정하고, 살인·강간 등 특정강력범죄를 범한 만 19세 미만 소년은 소년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소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서영교(서울 중랑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올 1월 소년법을 적용받는 소년의 연령을 만 19세미만에서 18세 미만으로 낮추고, 촉법소년 연령 상한을 13세로 낮추는 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우리나라 촉법소년 연령 기준은 1958년 제정 당시 만 12세 이상에서 14세 미만으로 정해졌다. 이후 1988년 하한선만 만 10세로 낮아졌다.
미국, 영국, 호주,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형사미성년자 기준연령을 6세에서 13세 사이로 정하고 있다.
조병선 청주대 법학과 교수는 "촉법소년 상한은 독일, 일본이 우리와 같은 만 14세, 프랑스 13세, 영미권은 10세도 많다"며 "미국의 경우 주별로 다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년범 엄벌, 범죄 예방 효과 미미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대해서는 과거부터 꾸준히 논의가 됐지만 현실화 되지는 않았다. 20대 국회에서도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는 개정안이 7건 올라왔으나 모두 폐기됐다.
특히 전문가들의 경우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통한 처벌 강화, 엄벌주의가 소년 범죄 예방과 범죄 감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성명서를 통해 "외국 사례를 보면 형사처벌 확대·강화를 통해 소년범죄 감소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며 "엄벌주의적 정책은 소년사범에 대한 효과적이고 적절한 대처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조병선 교수는 "촉법소년 범죄가 증가했다거나, 일부 강력범죄 사례만 보지 말고 성인범죄와 촉법소년 범죄의 증감 추이와 상관성 등을 복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며 "기존의 제도 운영 과정에서 촉법소년 담당 인력, 예산 등이 충분하고 제대로 실행됐는지 등을 전문가들이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년원에 가서 잘되는 경우보다 또 다른 범죄를 배워 나쁜 길로 빠지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