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풀린다고 야유회·회식이라니…"

      2022.04.04 18:19   수정 : 2022.04.04 18:19기사원문
"아무리 그래도 야유회는 너무하지 않나요?"

지난주 회사에서 야유회를 다녀온 이모씨(36)는 이같이 말했다. 경기도에 위치한 회사는 경영지원실 직원 등 총 50여명을 데리고 지난 2~3일 1박2일 야유회를 다녀왔다. 해당 기업은 지난달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일부 사업장이 폐쇄될 정도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바 있다.

이씨는 "상사들이 총무직원에게 단체게임을 준비하라고 할 때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코로나가 종식된 상황도 아닌데 무리하게 야유회를 강행한 점은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결국 이씨는 야근을 핑계 삼아 지난 2일 밤이 돼서야 야유회에 참석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여전히 수십만명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기업에서는 코로나 이전 관행으로 회귀하고 있다. 2년간 계속된 코로나19로 개인주의 경향이 늘어 청년세대들의 반발이 심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포스트코로나 이후 세대갈등이 격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4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최근 7일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평균 28만5553명을 기록했다. 이날 신규 확진자는 12만7190명으로 전날(23만4301명)보다 10만7111명 줄었지만 여전히 올 초 대비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를 이어간 근로자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재택근무한 근로자는 114만명이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9만5000명에 비해 12배 폭증했다. 올해 초부터 오미크론 변이가 급확산한 것을 고려하면 올 상반기 재택근무 근로자는 더욱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가 방역조치를 완화하면서 기업들은 코로나 이전의 문화로 돌아가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1일자로 서울 지역에서 실시하던 일반 재택근무를 중단했다. 다른 대기업들도 포스코처럼 사무실 근무로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코로나 시대의 근무 분위기에 익숙한 청년세대들이 사무실 복귀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재택근무가 사라지면서 나타난 것은 소위 '기업 관행'이다. 일부 기업에서 야유회, 회식 등이 늘고 있는 것이다. 한 제약업체에 근무하는 한모씨(33)는 연이은 회식에 고통을 토로하고 있다. 방역수칙 완화로 인원제한이 줄면서 팀·부서 단위 회식일정이 4월 내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씨는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회식이 계속 잡히고 있다"며 "과거 신입사원 시절로 회사 분위기가 돌아가는 것 같아 절망스럽다"고 말했다.


실제 구인구직 플랫폼인 '사람인'이 직장인 135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30대 상당수(37.4%)가 회식은 "불필요한 시간낭비"라고 응답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가 회식문화를 좋아하지 않는 건 코로나 이전에도 이어져 온 현상"이라며 "우리나라의 회식문화 자체가 자발적이라기보다는 권위와 강요로 이뤄진 측면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구세대가 조직의 결속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회식을 이용했기 때문에 위드코로나 시점에서 회식을 추진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짚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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