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듯한 보수 걷어찬 이준석
2022.04.04 18:22
수정 : 2022.04.04 18:22기사원문
서울시 소식을 한눈에 보여주는 '내 손안에 서울'이란 포털이 있다. 여기에 "서울지하철 모든 역에 '엘리베이터' 생긴다…올해 10곳 신설"이란 제목의 글(1월 28일자)이 있다. "서울교통공사가 지하철 1~8호선 275개 전 역사에 2024년까지 엘리베이터 100% 설치를 마치고 '1역 1동선'을 확보한다"는 게 골자다. '1역 1동선'은 장애인 등 교통약자가 지상 출입구에서 대합실, 승강장까지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혼자 지하철을 탈 수 있는 동선을 말한다. 서울시가 공식으로 밝힌 내용이니 틀림없을 것이다.
이렇게 보면 이 대표 말마따나 전장연이 '비문명적 관점'으로 서울시민을 볼모 삼아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 네이버 같은 뉴스포털을 보면 이 대표를 두둔하는 댓글이 많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대표가 좀 더 따듯한 가슴으로 장애인 이슈를 다루길 권한다. 전장연의 요구는 이동권에 국한하지 않는다. 지난달 23일 장애인단체들은 국회에서 조해진 교육위원장(국힘)을 만났다. 이들은 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 장애인특수교육법 개정, 장애인고용법 실효성 제고, 대학의 장애학생 의무선발제 신설 등을 요청했다. 지하철 시위만 놓고 장애인의 '욕심'을 꾸짖는 건 단견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엔 등록장애인만 263만명(2020년 기준)이 있다. 줄잡아 인구의 5%를 약간 웃돈다. 장애인 정책은 특정 소수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다.
국힘은 이제 곧 집권당이 된다. 2020년 9월에 제정한 강령을 펴보라. 10대 약속 중 세번째가 바로 약자와의 동행이다. 2020년 봄 총선에선 두 명의 장애인을 비례대표로 세웠다. 시각장애 피아니스트인 김예지 의원은 지난달 28일 지하철 시위 현장을 찾아 무릎을 꿇었다. 휠체어를 타는 이종성 의원은 장애인 권리 향상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은 지난주 무료급식소 '명동밥집'을 찾아 배식 봉사를 했다. 앞치마를 두른 윤 당선인의 모습은 3·9 대선 뒤에 나온 어떤 사진보다 아름다웠다.
보수는 차가운 인상을 준다. 이 마당에 찬바람까지 쌩쌩 불면 유권자들은 금세 발길을 돌린다. 3월 대선은 깻잎 한장 차이로 갈렸다. 이 대표의 페이스북 글에 붙은 댓글이 내내 마음을 울린다. "이준석의 말이 논리적으론 맞다. 그러나 이 주장엔 공인이 갖춰야 할 가장 큰 덕목인 배려와 사랑이 없다. 세상사가 논리로만 굴러가고 모든 난제를 법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임을 감안하면 이런 주장은 무책임하고 위험하다."
paulk@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