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없는 경기방어주?...이제는 '외인주' 된 통신株
2022.04.07 15:49
수정 : 2022.04.07 15:4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통신주가 올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KT와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내수 시장을 과점한 탓에 '경기방어주', '투자하는 재미가 부족하다'라는 세간의 이미지가 있어 왔다. 그러나 외부적인 호재와 함께 통신사들의 주가 부양 노력으로 최근 들어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는 중이다.
■외국인이 사들이자 주가도 '껑충'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월 2일 이후 통신업종에 대한 외국인들의 순매수 규모는 348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코스피가 큰 폭으로 떨어진 지난 달 17일과 21일을 제외하곤 3월 이후 순매수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달 31일(255억원)과 지난 1일(296억원), 4일(345억원) 3거래일 동안 외인은 896억원 어치를 쓸어 담았다. 업종별로 비교해도 서비스업(2741억원)과 운수창고업(1717억원)을 제치고 누적 순매수 1위를 기록했다.
외국인 투자자의 통신업종 순매수는 KT가 중심이다. 3월 이후 KT에 대한 외국인의 누적순매수는 1564억원으로 업종 전체의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 이 덕분에 지난 3월 2일 3만1600원이던 KT 주가는 이날 3만6150원으로 4550원(14.39%) 급등했다. 지난 달 24일에는 시가총액 9조원대를 돌파했고, 이달 4일에는 장중 3만7400원까지 올라가며 2013년 9월 이후 약 8년 반 만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KT는 주주총회에서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올해 계열사인 밀리의서재, 케이뱅크 IPO(기업공개)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5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지수 구성 종목에 편입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점도 호재다.
KT의 주가 상승은 LG유플러스, SK텔레콤 등 다른 통신주로 이어지고 있다. 연초부터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은 약세를 보였으나, 3월 들어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SK텔레콤의 3월 이후 외국인 누적순매수는 1089억원, LG유플러스의 누적순매수는 665억원이다. 같은 기간 LG유플러스의 주가는 6.87%, SK텔레콤의 주가도 6.42% 올랐다.
■주주친화정책에 신사업 모멘텀까지
외국인들의 수급이 통신주에 몰리는 데는 주주 친화 정책과 신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매력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LG유플러스는 실질 배당성향을 기존 35%에서 40% 상향했다. 특히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산 종목인 KT의 경우 2년 연속 배당금을 올렸고, 지난 2015년 이후 6년째 결산배당을 진행하는 등 주주 친화 정책을 펼쳐오고 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및 5세대 이동통신(5G) 등 성장 모멘텀을 잡은 것도 외인들의 수급을 이끌었다고 분석된다. SK텔레콤은 토종 OTT 웨이브와 함께 5년 동안 1조원을, KT 역시 스튜디오지니에 5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통신주 강세를 시장 약세에 따른 방어주로서의 역할이라고 평가 절하할 수는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20대 대선 종료에 따라 규제 리스크가 해소됐고, 통신사들의 주주 이익 환원 정책 강화, 1·4분기 통신사 실적 호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최근 통신업종 수익률이 코스피를 상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LG유플러스의 탈통신 전략은 기업-소비자간거래(B2C) 콘텐츠와 기업간거래(B2B) 서비스"라며 "키츠 콘텐츠 특화 서비스 '아이들나라'와 스마트팩토리, 인터넷데이터센터(IDC) 등 인프라 사업도 전망이 좋기 때문에 신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라고 강조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