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찬 하나 뺐어요"…고물가에 무료급식소 신음 "식재료비만 10% 더 들어"
2022.04.08 07:15
수정 : 2022.04.08 09:29기사원문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노선웅 기자 = "물가가 오르다보니 후원금 적은 날엔 어쩔 수 없이 반찬이 하나 줄어서 나갈 때도 있어요."
지난 7일 오전 10시쯤 찾은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무료급식소 행복한세상복지센터는 취약계층 어르신 등에게 제공하기 위한 도시락 준비가 한창이었다. 이날 도시락은 잡곡밥에 야채튀김, 콩나물 삼겹살, 들깨무나물, 취나물 등 반찬으로 구성됐다.
센터 설립자 A씨는 "매주 목·금·토 낮 12시에 하루 100분에게 무료 도시락 급식을 제공하고, 40분은 도시락을 점심 전에 배달해드린다"며 "반찬 4가지와 밥으로 도시락을 구성하는데, 요새 물가가 오르다보니 후원금이 적은 날에는 어쩔 수 없이 반찬을 하나 줄여서 나갈 때도 있다"고 호소했다.
A씨는 "요새는 하루에 식재료비만 50만원이 드는데 쌀, 채소, 고기, 밀가루 등 식재료 중 안오른 품목이 없고 단가가 예전하고 비교하면 두배 이상 올랐다"며 "코로나 시기에 도움이 더 절실하신 분들인데, 물가가 올라서 끼니 때우기도 어렵다고 호소하시는 분들이 늘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앞서 통계청이 지난 5일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6.06(2020년=100)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1% 상승했다. 물가상승률이 4%대에 올라선 건 지난 2011년 11월과 12월 각각 4.2% 상승률을 기록한 이후 10년3개월 만이다.
다른 무료급식소 역시 고물가에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였다.
지난 1993년부터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서 무료급식소를 운영해 온 사회복지원각(원각사)의 무료급식소에는 도시락을 받기 위해 점심시간쯤 300명 훨씬 넘는 인원이 몰렸다.
사회복지원각 측은 물가 상승 때문에 당장 이번달 식재료비만 10%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했다. 강소윤 사회복지원각 총무는 "물가 인상 체감이 클 수밖에 없다"며 "우리는 식재료비만 한 달에 1800만원에서 2000만원 수준인데, 이번 달은 2000만원을 넘을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무료급식소들이 겪는 어려움은 식재료비 인상뿐만이 아니다.
무료급식소를 주로 이용하는 사람이 저소득 어르신 등 취약계층이다 보니 물가 상승 이후 방문객도 훌쩍 늘었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기부도 줄고 준비할 수 있는 식사 수량에 한계가 있어 빈손으로 돌아가는 분들도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강 총무는 "최근 '밥상 물가 비싸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쯤부터 무료급식소를 찾는 분들도 늘었다"며 "원래 보통 300~350명 정도 어르신이 무료급식소를 찾으셨는데, 요즘은 400명도 넘는 분들이 오실 때도 있다"고 했다.
행복한세상복지센터의 A씨도 "이전에도 쉬운 건 아니었지만 코로나 이후로는 봉사자와 후원금도 많이 끊겼다"며 "코로나 시기에 더 도움이 절실하신 분들인데, 물가도 올라서 끼니 때우기 어렵다고 호소하시는 분들도 늘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실제로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에 따르면 저소득층일수록 물가 상승을 더 크게 체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의 체감 물가 상승률은 상위 20%인 5분위 체감 물가 상승률의 1.4배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