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해 '바나나보트' 태워 남편 괴롭혀…"학습된 무기력 상태 만들어"
2022.04.08 12:24
수정 : 2022.04.08 13:54기사원문
(인천=뉴스1) 정진욱 기자 = '계곡 사망' 유력 피의자 이은해(31·여)와 조현수(30)가 남편 A씨(사망 당시 39)가 사망하기 한달 전 살해를 시도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한 차례 더 있었다고 채널A가 보도했다.
8일 채널A에 따르면 이은해와 조현수는 A씨가 사망하기 한 달 전인 2019년 5월부터 경기 가평 일대에서 수상레저를 즐겼다.
이씨와 조씨는 해당 레저업체를 8차례 방문했고, 이 중 A씨는 세번 이상 함께 방문했다.
수사기관은 A씨가 물을 무서워하는 점을 비춰볼 때 이씨 등이 살해의도를 가지고 수상레저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갖고 있다.
이은해는 A씨가 수상레저를 하다 물에 빠진 상황에서도 보트를 더 빠르게 몰아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체 직원들은 A씨가 숨진 후 수사기관에 보험사기 가능성을 진술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수사사항에 대해선 밝힐 수 없으나, 의혹이 제기된 만큼 이씨와 조씨가 검거될 경우 수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씨와 조씨가 바나나보트 등 수상레저를 통해 A씨를 직접 살해하려는 의도보다는 괴롭히기 위해 택한 방법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바나나보트 등 수상레저를 이용하기 위해선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고, 수상레저 관계자 등 수상 인명사고에 대한 안전장치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씨 등이 A씨가 싫어하는 행위를 억지로 시켜 지속적으로 길들여 왔다는 정황은 엿볼 수 있다.
의학 전문가들은 A씨가 이같은 반복된 괴롭힘에 심리적으로 무기력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한 정신과 전문의는 "A씨는 자신이 물을 싫어한다고 표현을 해도 묵살되고 오히려 아내와의 관계 등에 피해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에 심리적으로 무기력한 상태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학습된 무기력이라고 말하는데, A씨는 장기간 아내에게 자신의 주장을 말할 수 없는 무기력한 상태에 노출된 것으로 보이고, 이런 경우에는 자신의 주장을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A씨는 가평 계곡에서 사망하기 전 공범 B씨가 A씨가 탄 튜브를 심하게 흔들자 귀를 막고 절규하듯 "우리 그만하자. 알았어. 내가 미안"이라고 말했다.
영상에 모습은 보이지 않고 목소리만 나온 이은해는 겁에 질린 A씨를 향해 "간다, 간다, 간다"며 조롱 섞인 말을 뱉었다.
A씨는 이날 오후 8시20분쯤 이들의 부추김에 4m20㎝ 높이 바위에서 뛰어내렸고 결국 숨졌다.
공개수배된 이은혜와 조현수는 2019년 6월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수영을 못하는 이씨의 남편 A씨를 물에 뛰어들도록 강요해 물에 빠져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에 앞서 2019년 2월 강원 양양군 펜션에서 A씨에게 복어 정소와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여 숨지게 하려다가 치사량에 미달해 미수에 그치고, 그해 5월에도 경기 용인시 낚시터에서 A씨를 물에 빠뜨려 숨지게 하려다가 A씨의 지인이 발견해 A씨가 물 밖으로 나오면서 미수에 그치기도 했다.
이들은 A씨가 숨진 뒤 그해 11월쯤 보험회사에 A씨에 대한 생명보험금 8억여원을 청구했다가, 보험사기 범행을 의심한 회사로부터 거절당해 보험금을 수령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