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학계 "교육부 해체는 위험한 발상…'채찍' 의미 왜곡 안돼"

      2022.04.08 13:49   수정 : 2022.04.08 14:27기사원문
교육부 세종청사 © News1 장수영

(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교육부 폐지·축소론과 '과학기술교육부' 통폐합론 등이 지속적으로 거론되는 데 대해 교육학계가 우려를 나타냈다. 인수위가 정부 출범 때는 현 조직체계를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6·1 지방선거 이후 조직개편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여전히 안갯속인 상황이다.

한국교육학회는 8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4차 산업혁명시대, 교육 거버넌스의 재설계'를 주제로 특별포럼을 개최한다.

1953년 창립한 한국교육학회는 30여개 분과 학회, 5000여명의 연구자가 속해 있는 국내 대표 교육학회다.

정일환 회장(대구가톨릭대 교수)은 개회사에서 "교육이 지니는 가치와 중요성에 비춰 볼 때 정부 조직 중에서 가장 안정적이어야 할 교육부가 정권 교체기마다 정부 조직 개편 대상으로 언급되는 것 그 자체로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교육부가 그동안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는 역할과 기능을 효과적으로 수행하지 못했거나 다양한 교육 수요자의 요구와 급변하는 사회체제 환경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반성이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이것이 교육부 조직이 불필요하거나 기능을 축소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져서는 안 될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미래인재 양성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현시점에서 교육부 조직의 필요성이 이슈가 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오는 7월 국가교육위원회가 출범하면 교육부와 국가교육위, 시·도 교육청 간 권한과 역할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하다. 토론자로 참여한 홍창남 부산대 교수는 "국가교육위원회가 출범한다고 해서 교육부를 해체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교육부가 해체되면 국무위원(장관) 부재로 교육정책이 국가정책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리게 될 가능성이 높고, 교육재정 확보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처나 청 수준으로 축소할 경우에도 교육의 위상 저하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오히려 홍 교수는 국가교육위가 출범하고 초·중등교육 업무가 교육청으로 이관되더라도 교육부 역할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학생안전, 교육격차 해소 등 국가 수준의 지원이 필요한 사무는 여전히 교육부가 맡을 수밖에 없고, 국민의 삶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교육현안에 대한 대응 역시 교육부의 주요 업무로 남게 될 것"이라고 홍 교수는 전망했다.

교육부가 존치하더라도 고등교육 업무를 국무총리실 산하로 옮기거나 과학기술부에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홍 교수는 "국무총리실 산하로 이동하면 부처별 칸막이식 대학 지원 사업의 한계를 극복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부실 또는 비리 사학 문제나 학령인구 급감에 따른 한계대학 속출 등 대학 위기 상황에 종합적 대안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고등교육 업무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합에 대해서는 "이미 실패한 경험이 있다"며 "이공계 엘리트 교육과 첨단 분야 인재 양성 측면에서 강점을 발휘할 수 있지만 기초학문 분야가 위축되고 보편적 고등교육의 기능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영호 서울기독대 교수는 "교육을 총체적으로 관장하는 중앙 컨트롤타워를 두지 않는 국가는 찾아보기 어렵다"며 "정치권은 일부 단체와 인사가 주장하는 '교육부 폐지론'의 행간의 의미, 즉 '무조건 교육부 폐기'만이 능사가 아니라 '교육부 좀 더 잘하라'는 채찍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는 점을 왜곡 해석하거나 오해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대학에 대한 교육부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는 "대통령 선거와 정권 교체마다 겪는 교육부 폐지 주장과 대학 관계자의 폐지 호응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교육부는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대학을 위한 노력은 보이지 않고 대학에 대한 규제와 간섭만 부각되는 상황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며 "대학에 대한 관리·감독자에서 지원자로, '대학에 관한' 교육부에서 '대학을 위한' 교육부로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또 "고등교육 보편화로 대학의 연구기능보다 교육기능이 더 중요해졌다"며 "연구개발(R&D) 기능은 과학기술부로 이전하고 교육부는 기본적인 연구지원과 교육지원 기능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발제를 맡은 신현석 고려대 교수는 "교육이 국가 본위의 업무이고 국민적 열망의 토대라는 점에서 교육부 조직개편은 늘 그래왔듯이 폐지론→통폐합론→존치론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역할과 기능의 재구조화와 실행 과정의 재설계는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정일환 회장은 "미래지향의 한국교육체제 확립을 위한 '교육 거버넌스의 재설계'가 필요하다"며 "교육 거버넌스 재설계는 '교육 백 년에 대한 큰 그림'으로서 장기적 로드맵을 제시하고 '한국', '한국사회' 그리고 '한국교육'의 미래를 선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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