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초동맥질환, 뇌심혈관질환과 달리 서서히 진행 놓치기 쉬워
2022.04.09 16:21
수정 : 2022.04.09 16:2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심장과 머리로 가는 중심동맥을 제외한 팔과 다리 등 신체 말단 부위로 가는 모든 혈관을 말초동맥이라 한다. 흔히 말하는 말초혈관은 말초동맥과 거의 같은 의미다.
말초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힌 상태를 말하는 말초동맥질환의 원인은 약 90%가 하지동맥에서 발생한다.
주요 원인은 동맥혈관에 콜레스테롤, 칼슘, 섬유조직 등이 섞인 죽상판이 동맥 내벽에 축적되는 죽상 동맥경화증에 의해 혈관의 직경이 좁아지는 것이다.
심장과 뇌혈관은 길이가 짧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면 즉각적으로 증상이 드러나지만 대동맥에서 사지나 말초기관에 이르는 말초혈관은 매우 길어 문제가 생겨도 증상을 곧바로 알아차리기 어렵다. 말초혈관질환은 갑작스럽게 나타나기보다는 서서히 진행하면서 감소한 동맥 혈류를 보충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신체 반응으로 가느다란 혈관이 생성되기 때문에 증상이 점진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증상이 경미한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지만 질환이 점차 진행되면 다리저림 증상이 더욱 악화된다. 특히 오르막을 걷거나 계단을 오르는 등 평소보다 더 많이 움직이면 증상이 더 심해지는 특징을 보인다. 더 진행되면 움직이지 않아도 다리가 저릿하고 통증이 느껴질 수 있으며 다리에 난 상처가 잘 아물지 않거나 궤양이 발생할 수 있다.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은 "주로 다리로 가는 동맥이 좁아지는 경우가 많아 다리나 발가락에 혈류 공급이 원활하지 않게 되면서 차츰 저릿한 느낌이 드는 빈도가 늘어난다"며 "말초동맥질환은 연령이 증가할수록 발생률이 높아지고 고혈압, 당뇨병, 흡연, 가족력, 비만 등이 주요 위험인자이므로 고위험군에 해당한다고 생각되면 정기적으로 혈관 건강을 체크할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심 원장은 "환자마다 다른 혈관 상태, 말초동맥의 원인질환에 알맞은 선제적인 맞춤치료가 필요하다"며 "환자의 약 절반은 초기에 이렇다 할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치료 적기를 놓치기 쉽다"고 지적했다. 이어 "말초혈관질환검사 없이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들만 확인해서는 허리디스크로 인한 다리저림, 단순한 만성통증 등으로 오인하고 단순히 통증을 조절하는 엉뚱한 치료만 시도하다 증상이 더 악화되어 뒤늦게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종종 있다"고 덧붙였다.
혈관이 좁아지고 막혀있다고 해서 무조건 혈관성형술, 폐색제거수술(혈전내막제거술), 우회로이식술 등을 시행하는 것은 아니다. 치료의 핵심은 재발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위험인자를 제거하는 근본적인 치료를 하는 것이다. 우선 금연, 체중조절, 규칙적인 유산소운동을 시행하고 혈당 및 혈압 조절, 고지혈증 관리 등을 통해 체계적으로 몸 상태를 관리해야 한다. 혈전색전증을 막기 위해 아스피린, 클로피도그렐, 실로스타졸 등을 복용하기도 한다. 치료 후에도 개선 또는 재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1년에 1~2회 정도 혈관초음파 검사를 통해 혈관 건강을 지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심영기 원장은 "양쪽 다리의 대칭 여부, 근위축 등을 꼼꼼하게 확인하고 발목 상완지수 측정, 혈관도플러검사 등을 시행하면 말초혈관질환인지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말초동맥질환에는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혈전색전증 등에 대한 다양한 약물치료가 이뤄지지만 치료효과가 선명하게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며 대개는 악화를 방지하고 점진적인 개선을 기대하는 수준에 머문다. 이런 경우에는 전기자극치료인 호아타리젠요법을 통해 주마가편을 할 수 있다.
호아타리젠요법은 손상된 신경과 혈관 세포 주위에 고전압의 미세전류 정전기를 흘려보내 부족한 음이온을 충전시켜준다. 이럴 경우 기능이 저하된 세포가 자극을 받고 점점 되살아나 마비된 된 신경이 부활하고, 저하된 감각기능이 향상되며, 통증까지 완화될 수 있다. 심 원장은 "말초동맥에 리젠요법을 적용해 본 결과 손상된 혈관이 전기자극을 받아 고인 혈액이 원활하게 흐르도록 돕고 세포 사이에 끼어 있는 찌꺼기가 녹아나와 배출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며 "말초동맥질환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나아가 혈관 노화까지 막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