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2000만원' 올린 웹젠, 게임업계 최초 파업 예고…무슨 일?

      2022.04.11 17:07   수정 : 2022.04.11 17:07기사원문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웹젠지회(웹젠위드)가 지난 5일 노조 설립 1주년 기념 및 대표이사 직접 대화 촉구 집회를 진행했다. (웹젠 노조 카카오톡 채널 캡처) © 뉴스1


(웹젠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국내 중견 게임사 웹젠 노조가 '파업'을 결정했다. 노사 간의 '임금 교섭'이 결렬되면서다.

구체적인 파업 시작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예정대로 파업이 진행된다면 게임업계 파업의 첫 사례가 된다.

눈여겨볼 점은 지난해 게임업계 전체에 '연봉인상 릴레이'가 벌어졌을 당시, 웹젠도 이에 동참해 '평균 2000만원 연봉 인상'을 발표했다는 점이다. 숫자만 놓고 보면 업계 최고 대우다.

다만 웹젠 노조는 '평균의 함정'에 더는 속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소수의 성과급만 올라갔을 뿐 직원 대부분의 연봉 인상은 수백 만원 단위에 불과했다고 주장하면서 사측에 "일괄 1000만원 연봉 인상"을 요구했다.


사측은 '성과가 있는 곳에 합당한 보상을 준다'는 기조로 "파업을 한다고 해서 노조가 주장하는 모든 안을 수용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노사가 연봉 인상을 둘러싸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양측의 갈등은 격화될 전망이다.

◇ 일괄 연봉 1000만원 인상 vs 평균 10% 인상

11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웹젠지회는 지난 7~8일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그 결과 조합원 92.8% 투표율 및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파업이 가결됐다.

갈등의 핵심은 '연봉'이다. 노조는 지난해 1월21일 진행된 임금 교섭에서 사측에 연봉 일괄 1000만원 인상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평균 10% 인상을 제안했다.

노영호 웹젠 지회장은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IT위원회에 소속된) 넥슨과 스마일게이트의 경우 중위연봉이 6000만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웹젠의 내부 설문조사 결과 4739만원으로 타 지회들과 1000만원 이상의 차이가 났다"며 "실제 1400만원 정도의 상향을 요구해야했으나 회사 규모, 매출, 네임밸류 차이를 감안해 일괄 1000만원 인상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양측은 노동위원회의 조정을 거치면서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노조 측은 지난 3월 15일 평균 16% 인상과 일시금 200만원이라는 수정안을 내놓았지만, 사측은 평균 10% 인상과 평가 B등급 이상 직원만 200만원 지급을 제안했다.

결국 노조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고 '파업'을 예고했다. 노영호 웹젠 지회장은 "IT위원회 회의를 거쳐 구체적인 파업 시기를 확정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 노조 "평균의 함정에 더는 속지 않겠다"

지난해 웹젠은 '평균 2000만원 연봉 인상'을 진행했다. 지난해 넥슨의 전직원 연봉 일괄 800만원 인상을 시작으로 넷마블(800만)·엔씨소프트 (1300만원)·크래프톤(2000만원)까지 일명 '연봉인상 릴레이'가 벌어졌다. 이직이 잦은 게임업계의 특성상 회사가 적극적으로 '인재 지키기'에 나선 것이다.

당시 웹젠 역시 평균 2000만원 연봉 인상을 발표했지만, 노조는 '평균'이라는 단어에 함정이 있었다고 지적한다. 일부 직원에게 성과금이 집중됐고, 실제 대부분의 직원의 임금 인상은 수백 만원 단위에 불과했다는 것.

노영호 웹젠 지회장은 "저희가 확인한 결과 평균적으로 100만~200만원 정도가 인상된 직원이 대다수였다"며 "직원들은 본인이 평균도 안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실망감을 가졌고, 실제 이탈도 많이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웹젠이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웹젠 임직원 554명은 인당 평균 연봉 6100만원을 받았다. 이어 지난 2021년엔 직원 537명이 평균 연봉 7100만원을 받았다. 단순 계산시, 임직원 연봉은 평균 1000만원 정도가 오른 것. 노조 측이 주장한 인당 100만원~200만원 인상보다는 높지만, 사측이 언급한 '평균 2000만원 인상'에는 못 미치는 수치다.

◇ 회사 "성과가 있는 곳에 합당한 보상을 준다"

사측은 "성과가 있는 곳에 합당한 보상을 준다"는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김태영 웹젠 대표는 '평균 2000만원 연봉 인상안'을 사내에 공지하면서 "인센티브는 개인의 직무, 역량, 성과, 기여도 등을 고려해 책정되며, 성과가 있는 곳에 합당한 보상이라는 기준을 명확히 할 것이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일괄' 연봉인상에 대한 역효과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리한 연봉 인상으로 기업 재무구조에 무리가 가게 되면 '부메랑'으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게임사 베스파는 지난해 3월 임직원 연봉을 일괄 1200만원 인상 한후 12월 대대적인 인력 감축에 나서기도 했다.

웹젠 관계자는 "회사는 지속적으로 노조 측과 소통을 이어가려고 노력할 것이다"면서도 "다만 파업을 한다고 해서 노조가 주장하는 모든 안을 수용할 수는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웹젠은 지난 2000년 4월 설립돼, 2003년 코스닥에 상장된 중견 게임사다. 지난해 매출은 2847억, 영업이익 1029억원을 기록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각각 3.2%, 4.8% 감소한 수치다.
당기순이익은 0.7% 증가한 868억5100만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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