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물가에 월급은 제자리…벼랑 끝 몰리는 저임금 노동자

      2022.04.12 05:31   수정 : 2022.04.25 17:44기사원문
3월 소비자물가가 10년여 만에 4%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는 모습. 2022.4.5/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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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8개 부처 장관 인선 발표를 마치고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2022.4.10/뉴스1 © News1 인수위사진기자단


[편집자주]한국 경제가 고물가 고금리 시기로 접어들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채 끝나기도 전에 터진 우크라이나 사태마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는 등 메가톤급 악재가 잇따라 터지고 있는 탓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0년3개월 만에 4%대 상승률을 기록했고, 당분간 물가상승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수출 중심의 우리 경제는 치솟은 유가와 원자잿값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는다.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가계의 실질소득을 낮추고, 제품가격 상승은 수출 경쟁력 약화로까지 이어져 한국 경제의 근간을 흔든다. 이에 <뉴스1>은 고물가와 금리 상승기 한국 경제가 처한 상황을 진단하고 위기 극복을 위한 주요 과제를 기획 시리즈로 다룬다.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급여는 뻔한데 물가는 천정부지 치솟고 있다. 대출 금리는 날이 바뀌는 게 무서울 정도인데 장바구니 물가부터 공공요금, 유류비에 이르기까지 서민가계를 옥죈다.

오죽하면 '월급은 통장을 스쳐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매달 빠듯한 월급에 저축은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처지다. 급격한 물가상승(인플레이션)에 부의 양극화는 더 짙어지고 있다.

◇지난해 물가 2.5%오를 때 실질임금 고작 2.0% 올랐다



12일 고용노동부의 사업체 노동력조사에 따르면, 2021년 연간 1인당 월평균 임금총액은 368만9000원으로 1년 전보다 4.6%(16만2000원) 증가했다.

하지만 물가수준을 반영한 지난해 근로자 월평균 실질임금은 359만9000원으로, 1년 전에 비해 2.0%(7만2000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실질임금은 명목임금을 소비자물가지수로 나눠 백분율로 환산하는데,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돈의 실질적인 가치를 말한다. 임금은 일정한데 물가가 오르면 실질임금은 감소하지만, 명목임금은 변화하지 않는다.

가령 200만원의 월급여를 받는 근로자는 1개에 1만원인 빵 200개를 살 수 있다. 하지만 빵 값이 1개에 2만원으로 오를 경우 구매할 수 있는 빵은 100개로 줄어든다. 임금액은 변함이 없는데 물가 상승으로 인한 실질임금이 100만원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이처럼 인플레이션은 가계의 실질소득을 감소하게 하고 이는 소득격차 심화, 소비위축, 수출감소, 경기침체로까지 이어지는 '경제 악순환'을 불러온다.

최근 물가 상승세는 충분히 위협적이다. 통계청이 밝힌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5%다. 2011년(4.0%)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다.

올 들어 이 같은 현상은 더 악화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더해지며 올해 물가상승률이 3%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1%로 10년3개월 만에 4%대를 넘어섰다. 한국은행도 4%대 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연간 물가상승률이 전망치(3.1%)를 크게 상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가상승률이 3%를 상회하고, 임금상승률이 지난해 수준에 머물 경우 올해 실질임금 상승률은 1%대에 그친다.

◇'물가상승 억제' 금리 인상 잇따라…주담대 금리는 6% 돌파



물가가 급등하면서 이를 억제하기 위한 기준금리 인상도 잇따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사상 최저인 0.50%로 떨어졌던 기준금리는 지난해 8월부터 3차례에 걸쳐 1.25%로 올랐다. 금융권에서는 연말까지 1.75%~2%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기준금리 인상에 가계 대출 이자 부담도 커졌다. 한은 추산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p 오를 때 가계대출 이자 부담은 연간 3조2000억원 증가한다. 대출자 1인당 연평균 16만1000원의 이자를 더 내야 하는 셈이다.

실제 기준금리가 총 0.75%p 인상된 최근 5개월 동안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은 1인당 연평균 48만4000원이 추가됐다. 지난해 8월 금리인상이 있기 전 1인당 연평균 289만6000원의 이자를 냈다면 기준금리가 1.25%인 현재는 338만원의 이자를 내고 있다는 말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6%대를 돌파했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최근 시중은행권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소폭 내리고 있기는 하지만, 불과 2년 전 2%대였던 점을 고려하면 3배 가까이 이자 부담이 늘었다.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연 3.40~5.24%, 고정금리는 연 3.74~6.24% 수준이다. 고정금리가 6%를 돌파한 것은 2012년 이후 10년만이다.

실례로 3억원을 주담대로 420개월(35년) 동안 지난 1월 기준금리 인상 전 수준인 5%의 금리로 빌린다고 하면, 월 원리금 상환액(원리금 균등상환)은 151만4061원이었다. 하지만 금리가 6%대 진입한 현재 월 원리금 상환액은 171만 567원까지 뛴다. 월 이자액만도 99만6282원으로, 19만6507원이 는다.

◇실질임금 감소에 소득 불균형까지…"경제 악영향, 새 정부 정책적 고민 필요할 때"



인플레이션은 차기 윤석열 정부가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다. 특히 고물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가 큰 우리나라 특성상 가계별 부익부 빈익빈을 심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저성장·양극화 구조 극복을 강조한 윤 대통령 당선인의 고민을 깊게 한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임금근로일자리 소득'에 따르면 2020년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소득(보수, 세전 기준)은 320만원, 중위소득은 242만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1만원(3.6%), 8만원(3.5%) 증가했는데 사업장 규모별로 대기업 종사자의 월평균소득은 529만원, 중소기업은 259만원이었다. 물가가 오르면 급여가 배 이상인 대기업 종사자에 비해 평소 지출에서 생필품 비중이 큰 중소기업 종사자의 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8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발표한 한국경제보고서를 봐도 OECD 37개국 중 우리나라의 전체 상대 빈곤율은 3번째를 기록했다. OECD는 보고서에 "한국이 달성한 경제성장 과실이 균등하게 분배되지 않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인플레이션 타개를 위한 경제정책에 더해 소득 불균형과 같은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노동시장 병폐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이세종 전문위원은 "노동시장 측면에서도 물가가 인상되면 노사관계 불안 요인이 싹틀 수 있고, 이로 인한 갈등은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 실질임금이 하락하게 되면 노동자들의 분배에 대한 요구가 더 강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은 또 우리 경제에 전반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경제정책에서 논의해야 할 것들은 충분히 하되 소득 불균형과 같은 문제들은 노동정책과 직접 연관이 되는 만큼 노사 관계를 어떻게 가져갸야 할 것인지 슬기롭게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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