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레이 찍다 꽈당' 뇌출혈 사망…대법 "후속 조치 미흡" 파기환송
2022.04.12 12:01
수정 : 2022.04.12 12:03기사원문
(서울=뉴스1) 심언기 기자 = 뇌혈관 질환 등으로 엑스레이 촬영을 하다 실신해 머리를 다친 환자가 뇌출혈과 뇌부종 등 원인으로 사망한 사건에서 의사가 일부 의료조치만으로 주의의무를 다한 것은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뇌혈관 질환 등으로 입원해 치료를 받던 환자 A씨의 유족이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되돌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전신 위약감, 기억력 감소, 요실금 등 증상을 보여온 A씨는 추가 검사를 권유받은 후 2014년 11월11일 중앙보훈병원 신경과에 내원했다.
A씨는 응급의학과 소속 의사와 면담한 후 같은날 12시27분경 흉부 엑스레이검사를 받던 도중 식음땀을 흘리며 실신해 두개골 및 안면에 골절상을 입고 12시33분쯤 응급실로 되돌아왔다. A씨는 13시22분 뇌 MRI 검사를 위해 영상검사실로 이동했지만 수액 주사바늘을 뽑으며 검사에 협조하지 않아 13시20분쯤 응급실로 되돌아왔다. 이후 A씨는 16시40분 신경외과로 입원 조치됐다.
병원측은 이튿날 오전 7시47분 뇌 CT검사를 실시했는데 뇌내출혈, 양쪽 전두엽과 측두엽의 급성 뇌출혈 및 뇌부종, 경막하출혈 등이 발견됐다. 이에 의료진은 오전 9시30분 개두술 및 뇌내 혈종제거술을 시행해 왼쪽 측두엽의 혈종 등을 제거했다. 그러나 A씨는 11월28일 외상성 뇌출혈 및 뇌부종으로 인한 연수마비로 사망했다.
A씨 유족은 병원측이 엑스레이 검사 중 쓰러져 머리를 다쳤을 때 이로 인해 뇌출혈 및 뇌부종이 발생할 수 있고, 수술 후에도 경과관찰과 추가 조치 필요성 등에 대해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병원측의 낙상 사고방지 조치도 소홀히 했고, 초기 조치도 미흡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병원측은 엑스레이 검사실에서 되돌아온 직후 혈당검사 후 활력징후를 측정한 결과 정상이었고 Δ두통 Δ오심 Δ구토 Δ편마비 등 두부 외상 이상 소견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응급CT 검사를 반드시 실시해야 하는 1cm 이상의 함몰골절이나 의식 수준에서도 증상이 없었던 점 등을 제시했다. 또 A씨가 수액 바늘을 임의로 빼내는 등 비협조적 태도로 뇌 CT나 MRI 등 영상검사에 적합한 상황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1심과 2심은 "망인이 이 사건 엑스레이 검사 도중 쓰러져 두부에 외상을 입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피고 병원 의료진에게 원고들의 주장과 같은 설명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A씨 머리의 부종은 이 사건 사고로 A씨 머리가 바닥이나 기계 등의 물체에 부딪치면서 발생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며 "만일 피고 병원 의료진이 이 사건 사고 이후 사고부위를 지속적으로 살피면서 경련 증상이 나타났을때 곧바로 뇌 CT 검사를 시행하였다면 뇌출혈 또는 뇌부종을 보다 일찍 발견하고 적절한 조치를 하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심은 이 사건사고가 A씨의 뇌출혈이나 뇌부종을 발생하게 하였고 이로써 사망에 이르게 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피고 병원 의료진이 위와 같은 주의의무를 다하였는지 심리하고 판단해야 했다"며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