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안 고쳐졌네… 밖에서 다 보이는 남자화장실

      2022.04.13 18:32   수정 : 2022.04.13 21:23기사원문
"누가 슬쩍 보면 기분 아주 나쁘죠"

경기도 화성 소재 회사에 근무 중인 직장인 김모씨(36)는 내부가 훤히 보이는 회사 내 남자화장실 때문에 골치다. 김씨 회사의 남자화장실은 내부가 훤히 보이는 유리문이 설치된 탓이다. 김씨는 "회사 내 여성 직원들도 남자화장실 앞을 자유롭게 지나간다"며 "유리창만 바꾸면 능사일 것을 그대로 두는 게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토로했다.



■2004년 지적에도 바뀌지 않아

소변기에 선 남성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노출되는 일부 화장실 구조에 대한 지적이 잇따른다. 일부 남성들은 기본적인 인권조차 지켜지지 않는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공중화장실 설치 기준을 변경해 운영하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사유 건물에서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

13일 파이낸셜뉴스 취재에 따르면 전국 곳곳에 남자 공중화장실 구조가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한강공원 등지에 설치된 남자화장실은 50m 밖에서도 내부가 보일 정도로 공개된 장소에 설치돼 있다.

일부 남성들은 개방형 화장실 구조가 일종의 '인권 침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모씨(36)는 "화장실 문을 가리는 데 큰 비용이 들지 않는데 굳이 공개 구조를 쓰는 것이 이해가 안된다"며 "외국인 친구들이 미개한 문화라고 말할 정도"라고 토로했다.

한국 거주 5년째인 미국인 A씨(33)는 "밖에서 보이는 화장실은 아직도 적응이 안된다"며 "갑자기 들어오는 여성 청소부도 매우 불쾌하다"고 전했다.

입구가 개방된 남자화장실 구조는 남성들만 불편한 게 아니다. 남자화장실의 외부노출 문제는 지난 2004년 화장실문화연대가 서울 시민 150명(남성 80명, 여성 7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남녀 공통으로 지적된 바 있다. 당시 남성 응답자 중 83%가 불편함을 호소했다. 이 중 50%가 사생활 침해라며 가림막 설치를 요구했다. 특히 여성의 경우에는 응답자의 거의 대부분인 95%가 가림막 설치에 동의했다.

■시행령 개정에도 실태 여전

20년 가까이 지났지만 후진적인 구조가 여전한 것에 대해 정부가 방치했다는 지적이다.

표혜령 화장실문화시민연대 대표는 "화장실은 개인의 사적인 공간으로 당연히 최소한 가림막 설치 등이 필요하다"면서 "구형 건물의 화장실은 공간 부족과 구조 변경 등을 이유로 개선이 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018년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하고 시행 중이다. 시행령에 따르면 건물을 새로 짓거나 리모델링을 할 때 공중화장실 출입구는 복도나 도로 등을 통행하는 사람에게 내부가 직접 보이지 않도록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법 개정 이전에 지어진 화장실은 해당되지 않아 여전히 내부가 보이는 화장실로 인한 불편은 계속되고 있다.


정부 청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세종시 정부 청사 건물은 모두 밖에서 소변기가 보이는 구조로 설계됐다.
정부 부처 관계자는 "정부 청사 건물 조차 공개형 구조로 설계됐는데 바뀔 수 있겠느냐"며 "가끔 민망한 상황이 연출되곤 한다"고 밝혔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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