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태풍 메기로 인해 산사태·홍수…사망자 80명으로 늘어
2022.04.14 08:25
수정 : 2022.04.14 08:25기사원문
(서울=뉴스1) 이서영 기자 = 필리핀에서 산사태와 홍수로 인한 사망자 수가 80명으로 늘어났다.
AFP통신에 따르면 13일(현지시간) 필리핀 중부 레이테 지방에서 발생한 열대성 폭풍 메기로 인해 발생한 산사태로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다.
아부요그주의 빌라르 해안 마을에서는 이날 진흙과 흙이 쏟아져 주택이 바다로 밀려들어 정착촌 대부분이 매몰돼 26명이 숨지고 150여명이 실종됐다고 당국은 밝혔다.
레무엘 트라야 아부요그 시장은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솔직히 말해서 더 이상 생존자를 기대하지 않는다"며 "응급 요원들은 이제 시신 수습이라는 어려운 임무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라야 시장은 산사태로 도로가 끊긴 후 배를 통해 구조된 약 250여 명이 대피소에 있으며 마을 사람 중 다수가 병원에 있다고도 언급했다.
한 가족에서 홀로 생존한 22세 아라 메이 카누토는 AFP와의 통화에서 산사태가 일어나던 당시 상황을 들려줬다.
카누토는 헬리콥터같은 우르릉 거리는 소리가 들린 후 가족의 집인 필라르로 산사태가 돌진했다. 그는 뛰어넘어보려 했지만 물에 휩쓸려 익사할 뻔했다고 말했다.
카누토는 "흙을 삼켰고 귀와 코에는 진흙이 가득했다"며 "산사태로 아버지는 죽었고 어머니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상황을 알렸다.
재난이 잦은 이 지역은 2013년 슈퍼 태풍 하이옌의 직격탄을 맞았던 것을 포함해 정기적으로 폭풍에 의해 황폐화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인간이 주도한 기후변화 탓에 세계 온도가 올라가면서 그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이베이시는 지난 주말 농경지에 흙이 파묻혀 최소 48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다치는 등 소동이 빚어지고 있다고 현지 당국이 밝혔다. 27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라고 그들은 덧붙였다.
국가재난청에 다르면 중부 네그로스 오리엔탈 지방에서도 3명, 남부 민다나오섬에서도 3명이 사망했다.
태풍 메기로 인한 구조작업이 시신 수습 작업으로 전환되면서 사망자 수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소방국이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에는 산사태와 물 속 파편에 짓밟히거나 뒤집힌 건물의 모습이 담겼다.
트라야 아부요그 시장은 "구조작업에 섬유유리 보트를 사용하고 있는데 바다에 노출된 철근이 있어 이동이 어렵다"며 "지반이 불안정하고 매우 위험하다"고 했다.
필라르 생존자 카누토는 자신이 살아 있는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많은 이들이 죽었고 실종됐다는 것에 절망감을 느끼고 있었다.
교황청도 성명을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의 희생자들에 대한 연대를 표명했다.
성명은 "사망자와 부상자, 이재민들뿐 아니라 회복에 힘쓰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할 것"이라며 "필리핀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축복이 있길 기원한다"고 염원했다.
태풍 메기는 필리핀에서 1년 중 가장 바쁜 여행 기간 중 하나인 성주간이 시작되는 시점에 필리핀을 강타했다. 그 탓에 수십개 항구가 일시적으로 운항을 중단했다.
태풍 메기의 출현은 슈퍼 태풍 라이가 400명 이상을 죽이고 수십만 명의 이재민을 발생시킨 지 4개월 만이다.
기후변화 영향에 가장 취약한 나라 중 하나인 필리핀은 매년 평균 20번의 폭풍우를 맞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