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 또 놀러 갈게"...배달 투잡해 보육원에 '치킨 220조각' 쏜 누리꾼
2022.04.15 04:57
수정 : 2022.04.15 11:21기사원문
누리꾼 A씨는 지난 1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알바비로 보육원에 치킨 220조각 쏨'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기부 소식을 전했다.
그는 "본업을 퇴근하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배달 일을 했다"며 "배달한 지 얼마 안 됐지만 급한 거 메꾸고 나면 배달비 기부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A씨가 기부할 수 있는 돈은 약 27만원이었다. 그는 보육원 아이들한테 치킨을 기부하기로 마음먹고 지난 1일 실행에 옮겼다.
A씨는 "'메이커 치킨'으로 여러 마리 시켜주고 싶었지만, 나도 정해진 금액 내에서 해야 하고 형편이 넉넉치 못했다"며 "'1+1' 조각으로 해야 나도 금액적으로 부담이 좀 덜 되기도 하고, 수량도 여유가 될 것 같고, 아무래도 우리처럼 마음 편히 사먹을 기회가 적지 않을까 싶어 주문했다"고 했다.
그는 보육원 한 곳에 치킨 220조각을 배달 주문하려 했지만 대부분 보육원이 외진 곳에 있고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 두 곳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100조각은 배달 주문으로, 120조각은 직접 포장해 보육원에 전달하기로 했다.
A씨는 "(치킨 매장에 갔는데)120조각이 생각보다 많다. 나 혼자 스쿠터를 타고 와서 여기부터 택시를 타고 갈 생각이긴 했지만, 이렇게 많고 무거울 줄 몰랐다"며 "간신히 택시를 잡았다. 어떤 할머니가 택시에 치킨 담는 것을 도와주셨다"고 했다.
또 "(치킨)냄새가 나서 기사님이 '저게 뭐냐'라고 해, 보육원에 기부하러 간다니까 양해해주셨다"고 덧붙였다.
A씨는 "(도착하니)직원분들이 나와서 챙겨가셨다"며 "여유가 될지 모르겠는데 같이 드시라고, 음료는 없어서 죄송하다고 하고 튀튀(도망갔다)"고 했다.
그는 "직원분께서 메신저랑 문자로 애들 잘 먹였다고 감사하다고 연락 왔다. 배달로 보낸 곳에서도 감사하다고 연락 왔다"며 "나도 (치킨) 좀 사서 집에 와서 먹고 야간에 다시 돈 벌러 배달 나갔다"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보육원 아이들이) 그냥 맛있게 먹고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만나겠지 잘 살아라. 나중에 형이 배달 더 해서 한 번 더 놀러 갈게"라고 끝을 맺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다" "대대손손 복 받으시길" "혐오 글 말고 이런 글 보니 너무 좋다" 등 훈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