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200시간 초과' 최전선 의료진 사투가 '낮은 치명률' 지켜

      2022.04.15 09:16   수정 : 2022.04.15 09:28기사원문
사흘동안 눈이 내리고 있는 31일 오후 광주시청 광장에 설치된 코로나19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보건당국 관계자들이 시민들의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2020.12.31/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인천형 코로나19 재택치료'가 시작하는 19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보건소 관계자가 재택치료 물품을 확인하고 있다. 2021.10.19/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정부의 영업시간 제한에 항의하는 촛불 문화 행사를 하는 코로나 피해 자영업 총연합 회원들 뒤로 10시가 지나 가게를 나온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이날 자영업자들은 밤 10시부터 영업시간 제한 철폐를 요구하는 점등시위를 이어갔다. 2022.2.21/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2019년 685조원이었던 자영업자 대출잔액은 2021년 910조원으로 2년 만에 32.8% 폭증했다2022.4.6/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방역 당국이 15일 마지막 남은 사회적 거리두기 규제를 해제하고 코로나19 엔데믹(계절독감화) 첫 발걸음을 시작하게 됐다. 해외 언론들이 이달 초 코로나19 치명률이 세계에서 가장 낮다며 우리를 세계 최초 엔데믹 국가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 것이 현실이 된 것이다.

해외의 칭송처럼 현재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누적치명률은 현재 0.13%다. 독감의 0.05~0.1%보다는 약간 높지만 그 수준에 다가가고 있고 해외 다른 나라에 비하면 최저 수준이다.


코로나19 관련 세계 각국의 통계와 뉴스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코로나보드에 따르면 전세계 평균 치명률은 1.24%다. 미국의 1.2%, 프랑스의 0.5%, 독일의 0.6%, 영국 0.8% 등 서구 주요국과 비교해도 낮다. 우리(소수점 둘째자리를 떼어 0.1%로 표기됐다)와 비교할 만한 나라는 호주 정도밖에 없다. 최근 확진자나 사망자 급증이 옥에 티였지만 2년 3개월여의 코로나19 방역 성적표는 해외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만한 수준이다.

하지만 이런 빛 뒤에는 그림자가 있었다. 이른바 'K-방역'은 의료진의 뼈를 갈아넣었다. 헌신과 폐업과 극단적 선택이 줄이은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의 고통 위에서 얻은 성과인 것이다.

우선 최고 '한달 200시간' 초과근무라는 살인적인 상황, 끝이 없는 코로나와의 싸움에서 오는 우울감과 번아웃(탈진감)을 버텨온 일선 보건소 직원이나 의료인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대응 성적표는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

2년 4개월 동안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일선 보건소 의료 인력, 병원 의사와 간호사, 지자체 공무원들은 확진자 추적과 치료 격리, 검사, 재택치료 관리, 방역패스 발부 등 다양한 일에 투입되어 밤낮없이 일해야 했다.

박건희 경기도 감염병관리지원단장에 따르면 코로나19 초기에 안산 상록수 보건소 경우 공무원 약 70명 중 한달 100시간 이상 초과 근무자가 5~10명, 150시간 이상도 3~4명, 200시간 이상도 1~2명 나왔다. 200시간을 30으로 나누면 약 6시간, 즉 휴일 없이 하루 6시간을 초과 근무했다. 정규 근무시간까지 합치면 하루 14시간 매일 '살인적인' 근무를 한 셈이다.

이 때문에 전국 보건소에서는 업무 과중을 버티지 못해 사직하는 이들도 속출했고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정신과 약이나 영양제를 먹으며 버티는 직원도 많았다.

국가트라우마센터에 따르면 2020년 6월부터 2021년 8월까지 코로나19 의료진 등 재난대응 인력 1437명을 대상으로 마음건강검사를 진행한 결과, 절반 이상인 52.3%가 우울증상을 보였다. 또 25.4%가 ‘고도’ 수준의 외상 후 스트레스(PTSD) 증상을 나타냈다.

의료인들은 그간 이런 고통을 겪었음에도 이에 대한 지원 대책이 없어 퇴사 말고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설명한다. 대책의 일환으로 심리상담을 받으라고 해봤자 일이 너무 많아 받을 시간이 안났다. 의료인이나 일선 의료 공무원들은 "방역 성공이 우리 덕분이라고 하면서도 처우는 너무 부실했다. 그리고 치하보다는 인력난 해결과 처우개선이 먼저"라고 말했다.

2년 넘는 코로나 유행 기간은 특히 자영업자들에게는 지옥의 시간이었다. 코로나19 유행이 커져 이를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된 후 현재까지 자영업자 20여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자영업자들은 백신이 개발되면 끝날 것으로 기대했고, 여름이 되면 잠잠해질 것으로 생각했다. 지난해 11월 일상회복이 정말 일상회복 시작인 줄 알았다. 하지만 상황은 쉽게 나아지지 않았고 희망이 없어진 이들은 목숨을 버리거나 나머지는 살아남기 위해 대출에 대출을 거듭했다.

역대급 초과세수에도 정부의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은 인색했다. 자영업자들이 손해를 무릅쓰고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에 협력한 덕에 정부는 위기 때마다 거리두기로 유행을 잠재울 수 있었다. 하지만 그에 비례해 2019년 685조원이었던 자영업자 대출잔액은 2021년 910조원으로 2년 만에 32.8% 폭증했다. 지난해 9월말 자영업자 1인당 대출규모는 3억5000억원으로 비자영업자(9000억원)의 4배에 달했다.

정부는 지난해 소상공인에게 손실보상금을 지급했고 별도로 재난지원금이나 버팀목자금, 1·2차 방역지원금을 지급했지만 실제 손해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

윤석열 차기 정부는 선거 당시 공약으로 50조원 이상을 확보해 온전한 손실보상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대통령직인수위 일각에서는 재정건전성을 우려하며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지급한 1차 추경의 지원액 17조원은 제외하고 지급하겠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렇게 되면 자영업자 지원액은 33조원으로 줄어든다는 의미다.
아직도 우리 곁의 일부에게는 잔혹한 계절이 지속되고 있다.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