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천후 전폭기의 레전드 'F-4 팬텀'(하)
2022.04.16 23:53
수정 : 2022.04.17 01:04기사원문
F-4 팬텀 II는 미 해군을 위해 탄생했지만, 이후 미 해병이 사용했고, 그 뒤에는 미 공군이 사용했다.
미국은 1961년부터 1996년까지 운용했다. 진정한 '전투폭격기(Fighter-Bomber)'이자 '다목적 전투기(Multirole Fighter, 멀티롤 파이터)'이다.
팬텀은 미 해군과 해병, 공군이 모두 운용하였던 몇 안 되는 비행기들 가운데 하나이며 2차 대전 후의 군용기체 중 가장 오래 운용한 것들 중 하나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운용 중일 때의 별명은 'Rhino' 'Double-Ugly' 'DUFF'였다. 이는 다소 속된 관용구적 애칭의 의미를 갖는다.
이처럼 호불호가 갈리는 인상의 외형과는 달리 당시 조종사들은 한번 타보자마자 엄청난 엔진 출력으로 비행하는 맛을 제대로 보여준다는 평가와 함께 한번 출격하면 신기록을 하나씩 세운다는 말이 있었다.
1959년 F4 팬텀 II가 세운 기록은 고도 30km까지 마하 2.5 속도로 급상승한 신기록도 있다. 또 100km를 비행하면서 평균 2237km로 비행한 기록과 미국 대륙을 2시간47분 만에 횡단한 기록 등 수많은 기록을 갱신했다.
F-4는 당시 장착된 레이더도 뛰어났다. 장착된 AN/APQ-72의 레이더는 당대 최고성능의 레이더로 불렸다. 이 레이더 덕에 정찰용 임무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었다. 정찰용 임무를 수행하는 RF-4가 따로 만들어질 정도였다.
냉전 때의 라이벌이었던 구소련이 F-4와 근접한 멀티롤 파이터를 생산할 수 있었던 것이 MiG-23, 그것도 70년대 중후반 개량형이 등장한 이후에나 가능했다는 것은 F-4의 성능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F-4는 대표적인 3세대 전투기로 항공학의 발전이 미사일, 레이더와 기타 항공전자장비의 도입을 통해 전투 성능을 향상시켰던 것이다.
3세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도미사일의 등장이지만 실전 운용 경험의 결과로 전투기 설계자들은 미사일이 만능이 아니며, 근접전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돼 기관포가 다시 기본 표준장비로 장착되었고, 다시 기동성이 중요하게 다뤄지기 시작했다.
미 공군은 1967년부터 M61 Vulcan 20mm 기관포를 내부에 탑재한 F-4E로 교체했다. 116대의 F-4E는 후에 방공망 제압 "Wild Weasel" 역할을 위해 F-4G로 개조됐다. 정찰기 버전 또한 생산됐다. 미 공군용으로는 RF-4C, 미 해병을 위한 RF-4B, 수출용인 RF-4E등 다양한 파생 버전이 있다.
‘미그기 킬러’ ‘하늘의 도깨비’ 등으로 불리며 지난 53년간 한반도 상공을 지켜온 F-4D 팬텀 II 전폭기는 1969년 미국에서 6대를 최초 인수 후 수명을 2번이나 연장, 지난 2009년 8월 29일로 도입 40년을 맞았다.
우리나라는 현재 F-4D, F-4E, RF-4C 기종을 포함하면 53년을 운용해왔다. 전 세계 운용국 가운데 기록적인 23년간 무사고라는 신화를 이어가기도 했다. 이는 한국 공군의 빛나는 성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도입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도입 필요성을 역설하는 등 미측에 강력하게 도입을 추진했지만 확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1968년 북한 무장공비의 청와대 기습사건과 미 푸에블로호 피납사건 등으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밴스 미 특사의 방한을 계기로 팬텀기 도입논의가 제기됐다.
이후 우리나라는 베트남전쟁에 국군의 대규모 파병이 결정되면서 그 공백으로 한반도가 북한의 공격을 제대로 방어하기 힘들어진다는 논리를 받아들인 미국의 결정 과정에서 호놀룰루 정상회담과 2차의 한미국방수뇌회담을 계기로 F-4 도입이 마침내 전격 결정됐다.
당시 우리 공군은 F-5와 F-86 등 구형전투기를 운영해 왔다. 그마저도 당시 우리나라가 비용을 지불하고 구매한 것인 아닌 첨예한 이데올로기 대립이 한창이던 국제적 냉전상황과 자유민주주의 진영을 지키려는 미국의 공여 정책에 의해 무상으로 도입해 겨우 공군으로써 모양새를 유지하고 있었다.
1968년 기종전환훈련을 위한 F-4D 6기 대여로 운용을 시작한다. 이 대여기는 반납 예정이었으나 1975년 12월 12일 방위성금으로 5기를 구입한다. 이것이 '방위성금헌납기'로 알려진 기체다.
당시 F-4D 팬텀 전투기는 미 공군에서도 막 실전배치가 이뤄지고 있던 최신예 기종이었고 미국 외 영국과 이란에 이어 한국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도입·운용한 국가로 동북 아시아 최강의 항공전력을 보유했다는 기록을 남겼다.
우리 공군의 본격적인 팬텀 F-4D 운용 계기는 미국의 Peace Spectator 프로그램에 의해 제1진으로 1969년 8월 25일 F-4D Block 24형 4대, 25형 13대, 26형 1대, 총 18대를 인도받아 이 기체들을 제11전투비행단 제151전투비행대대를 창설해 배치한 것이다. 1969년 대한민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210달러 수준에서 국군의 베트남전 3차 파병과 관련해 제공된 특별군원 1억달러 중 64%인 6400만달러가 소요됐다.
제2진 F-4D 도입은 1972년 미국에 의해 공여된 한국 공군이 보유하던 F-5A 36대와 RF-5A 8대를 베트남으로 전환 이관하는 대신 대여분으로 주한 미 공군 제3전투비행단 소속 F-4D 18기(Block 26·27·28)가 우리 공군 제110전투비행대에 이관, 재편성된 것이다.
북한은 1960년대 당시 소련의 지원으로 최신예 MIG-21 전투기와 IL-28 전투기를 운용하는 등 상대적으로 우리 공군은 2배 이상의 전력 열세를 보이던 상황이었다. 당시 북한 공군은 한국보다 양적, 질적 면에서 월등해 빈번한 공중도발을 자행했다.
이후 1969년 F-4D 팬텀 도입을 기점으로 이 강력한 기체를 두려워한 북한과 우리 공군의 빛나는 운용과 양성, 항공전력 구축 노력으로 2010년까지 북한의 공중도발은 일체 없었다.
그러나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 당시 MiG-23 3대가 연평도 인근 상공에서 F-15K와 대치함으로써 공중도발이 진행됐다. 당시 우리 공군의 F-15K 쪽에서 미사일 발사를 위한 락온 상태에서 레이더 조사 즉시 북한의 MiG-23이 도주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렇듯 대한민국 공군은 베트남 전쟁 참전을 기점으로 미국으로부터 F-4 팬텀 최신예기를 도입했으며 이후 전체 도입 기체 수는 200대가 넘었으나 순차적인 퇴역이 진행돼 운용 중인 기체는 얼마 남아있지 않다.
운용 기지는 17전투비행단에 F-4E 3개 대대가 운용되다가 F-35 도입으로 1개 대대로 개편되어 10전투비행단에서 운용 중이며, 10전투비행단 39전대에 RF-4C 1개 대대가 배치되어 운용 중이었으나 지난 2014년 RF-4C는 모두 퇴역했다. 대구 기지의 F-4D 20기도 F-15K를 인수함에 따라 전 기체가 이미 2009년 6월 16일 자로 퇴역했다.
10전비(153대대)에 남은 F-4E는 2025년까지 전량 퇴역예정으로, 일부 기체는 기골 보강 등 수명연장 작업이 실시됐다.
공군은 현재 F-5 계열 80여대, F-4 팬텀 19대 등 100여대를 운용 중으로 알려졌다.
KF-21 120대가 오는 2026년부터 2032년까지 도입될 예정이기에 앞으로도 최대 10년가량은 F-5, F-4를 더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2000년 이후 F-4, F-5를 합쳐 모두 15대가 추락하고 조종사는 17명이나 순직해 노후 전투기 F-5와 F-4를 퇴역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다.
정부와 공군 수뇌부가 10년간 노후 전투기를 운용해야 할 젊은 20·30대 조종사들의 목숨을 담보로 ‘위험천만한 비행’을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F-4, F-5는 아직 우리 공군 전력의 20%를 차지한다. 430대 중 100여대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일시 퇴역 시 전력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군의 판단이다. 군 당국은 ‘전투기 적정 규모 430대’ 기준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이급·미디엄급·로우급 전투기 430대를 갖추어야 유사시 효과적인 공중작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공군이 노후화된 전투기를 과감하게 도태시키지 못하고 있지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조종사들의 순직이 노후화된 전투기 때문이라면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53년을 우리의 영공의 지켜온 우리 국민의 사랑을 받아온 자랑스러런 기체, F-5와 F-4이지만 아무리 정비사와 조종사, 부대 운영에 최선을 다한다 해도 기계적 노후, 세월 앞에 장사가 없다. 젊고 우수한 조종사가 더 큰 민간인 피해를 막기 위해 탈출 기회가 있음에도 조종간을 끝까지 놓지 않고 희생되는 비극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공군 차원을 넘어선 정부 차원에서 노후 기종을 하루빨리 퇴역시키고 공군 전력 공백을 최소화하는 합리적이고 과감한 방안을 시급히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