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일파만파..총장 사퇴 강수에 국민여론전으로 확전
2022.04.17 15:34
수정 : 2022.04.17 17:11기사원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국회를 넘어 당분간 국민여론에 오르내일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 발의로 충격에 빠져 있던 검찰은 김오수 총장의 사표 제출이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음에도 실제 현실이 되자 당혹스러워 하는 표정이다. 김 총장은 대통령 면담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하자 사퇴라는 초강수를 뒀다.
검찰·법조계·학계·시민단체 등에서도 검수완박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국민을 위한 검찰 개혁"을 주장하는 민주당이 과연 국회와 국민을 설득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오수 총장, 사퇴하며 국회에 심사숙고 요청
김오수 검찰총장은 이날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사직서를 제출하고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제도 개혁 시행 1년여 만에 다시 개혁 대상으로 지목된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국회에서 진행되는 입법 과정에서 의원님들께서 한 번 더 심사숙고해 달라"고 입장을 밝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검수완박의 명분으로 '국민을 위한 검찰 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과거 검찰의 표적수사, 제식구 감싸기 관행을 타파하고 인권친화적 수사기구를 만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시행된 검·경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으로 해당 명분은 대부분 달성됐다. 현재 검찰이 수사 가능한 영역은 6대 범죄(부패·공직자·선거·경제·방위사업·대형참사)만 남은 상황이다.
"6대 범죄 피해자의 대상은 일반 국민과 상관 없고 검찰이 6대 범죄 수사권마저 박탈당하면 웃게될 사람은 부패 고위공직자, 대형 경제 범죄자 뿐"이라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이유다.
검사 출신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수완박 형소법 부칙에 검찰이 현재 수사 중인 사건을 지방검찰청 또는 지청 소재지 지방경찰청이 승계토록 하고 있다"며 "대부분 부칙에는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은 그대로 유지하는 규정을 둔다. 법이 통과되면 대장동 사건, 산자부 블랙리스트 사건, 삼성웰스토리 지원 사건 등이 중단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생과제 산적한데 검수완박, 용산이전 문제만
민주당은 윤석열 당선인이 한동훈 검사장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을 두고 '검찰 공화국'이 우려된다며 '이렇기 때문에 검수완박 입법이 더 필요하다'고 강공하고 있다.
하지만 여러가지 여론 조사에서 검수완박에 대해 반대한다는 국민 여론이 더 높은 상황이다. 지난 13일 리얼미터가 성인 101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는 검수완박에 대해 절반이 넘는 52.1%가 반대했다. 약 10%는 잘 모름이라고 응답했다. 반면 미디어토마토가 조사한 결과 검수완박 찬성이 46.3%, 반대가 38.4%로 다른 결과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이를 두고 법조계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자영업자 손실 보상 문제 등 산적한 민생과제를 제쳐두고 국민생활과 직접 관련 없는 '검수완박', '청와대 집무실 용산 이전'과 같은 논쟁으로 정치권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학과 교수는 "일반 국민 입장에서 경찰, 검찰에 불려가 조사받을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라며 "검수완박 강행 추진으로 혜택을 볼 사람들은 부패, 비리한 고위직 정치인들이 많다. 굳이 당을 따지자면 여당이 될 국민의힘 보다 정권을 이양할 민주당 의원들이 검찰 수사에 대해 더 두려움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김웅 의원은 SNS을 통해 "법이 통과되면 어쩔 수 없이 상성특검을 10개 정도 돌려야 한다"며 "특검 수사는 검찰 수사와 달리 매일 수사상황 브리핑이 가능해 매일매일 대장동 검은돈의 흐름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