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2000가구 둔촌주공 재건축 중단… 서울 공급가뭄 불가피
2022.04.17 18:22
수정 : 2022.04.17 18:22기사원문
올해 서울 공급 예정물량의 4분의 1 규모인 둔촌주공 재건축이 조합과 건설사간 갈등으로 분양이 물건너갈 상황에 처하면서 지난해에 이어 서울의 공급부족 사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서울 분양물량 25%, 기약없이 연기
17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초 서울에서 공급 예정된 아파트 분양 물량은 4만7272가구로 집계됐다.
하지만 올해 공급 예상 물량의 25%에 해당하는 둔촌주공 분양 일정이 조합과 건설사간 극한 갈등으로 기약없이 미뤄지면서 서울 내 공급 계획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4만 가구 이상이면 서울 집값을 잡는데도 어느정도 역할을 할 수 있는 물량이라고 봤었는데, 1만 가구가 넘는 대규모 단지가 빠지면서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게 됐다"며 "당초 5월 공급으로 잡혀있었던 일정은 지금 상황을 봤을 때 연내에는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둔촌주공은 현재 5930가구를 철거해 최고 35층, 85개 동 1만2032가구로 탈바꿈하는 '단군 이래 최대의 재건축 사업'으로 불리는 사업이다.
당초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은 올해 상반기 내 4786가구를 일반분양할 계획이었지만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이 지난 15일부터 공사를 전면 중단하면서 재개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시공단은 지난 15일 입장문을 통해 "2020년 6월 25일자 공사도급변경계약을 근거로 1만2032가구(상가포함) 공사를 하고 있으나, 조합은 공사의 근거가 되는 공사도급변경계약 자체를 부정하고 있어, 더 이상 공사를 지속할 계약적, 법률적 근거가 없는 상태"라고 주장했다.
■서울 주택공급 가뭄 불가피
시공단이 공사비 증액 등을 이유로 공사중지 결정을 내리자 조합은 '공사비 증액 계약 취소'와 '계약해지'로 맞불을 놓고 있다.
조합은 공사가 중단된 다음날인 지난 16일 시공단과의 과거 공사비 증액 계약과 관련한 조합 임시총회 의결을 취소하는 안건을 가결했다. 현 조합 집행부와 시공단의 갈등 원인인 2020년 6월 체결한 5600억원 공사비 증액 계약에 대해 참석 조합원 94.5%가 반대 의견을 표명한 것이다.
조합은 또 이날 총회와 별도로 지난달 21일 서울동부지법에 공사비 증액 변경 계약을 무효로 해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아울러 시공단의 공사 중단 기간이 10일 이상 지속될 경우 계약 해지까지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조합 관계자는 "실제 공사 중단 시 재개에 대한 기약없이 시공사의 결정만 기다리며 조합원들에게 피해가 가게 할 수 없기에 대응에 나서게 됐다"면서 "변경계약의 유·무효에 대해선 사법부 판단에 따르겠다"고 전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조합에서 시공사를 해지하고 새로운 시공사를 선정하려고 해도 사업 규모와 향후 법적 다툼 등을 고려해 선뜻 나서는 곳이 없을 것"이라며 "둔촌주공 물량과 함께 일부 재건축 단지에서도 새 정부 정책 기대감에 분양 일정 연기 움직임이 감지되면서 올해 서울 공급도 예정대로 이뤄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