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배달비·대리비 다 올랐는데…그들 수입은 제자리
2022.04.18 06:00
수정 : 2022.04.18 08:31기사원문
[편집자주]음식주문, 택시·대리 호출, 숙소 예약까지 모든 게 스마트폰 하나로 가능해졌다. 소비자들은 편리함에 열광했고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하지만 이제 '편리함'에 대한 청구서를 내밀기 시작했다.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배달비 인상이요? 우리 라이더들 통장에 찍히는 금액은 지난해와 비슷합니다." (대구 배달 라이더 A씨)
"저 같은 경우 수입에 큰 변화가 없습니다. 영업시간에 임박해 대리운전비가 높다가 피크타임 효과가 끝나면 또 엄청 낮아져서요." (서울 광진구 대리기사 B씨)
음식배달·대리운전비 인상에도 정작 라이더나 대리운전 기사들의 수입은 '제자리걸음'이다. 최근 라이더 수요가 폭증하자, '부릉' '바로고' '생각대로' 등 배달대행업체들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기본 배달료를 500~1000원 일괄 인상한 것을 감안하면 의외의 결과다.
'단건배달'(배달원이 한 번에 주문 1건만 처리하는 방식)이 인기를 끌면서 전체 배달 수요를 라이더 공급이 따라잡지 못하면서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배달비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배달비는 플랫폼에서 소비자와 업주가 나눠서 부담하는 구조다. 이 가운데 소비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배달팁'이라고 부른다. 이외에 음식점 업주가 부담하는 '배달료'가 있다. 배달대행업체와 계약을 맺은 업주들이 배달원에게 제공하는 수수료인데 그 금액은 업체마다 제각각이다.
이에 소비자가 지불하는 배달비와 라이더가 실제 정산받는 배달비 사이에도 간극이 상당하다. 일명 콜값으로 불리는 배달 수수료는 통상 4000~4500원의 기본요금에 주말·심야·폭설·폭우 시 할증이 붙는다. 경우에 따라 6000~7500원 수준까지 오른다.
그러나 서울 강남구에서 6개월째 배민 라이더로 일하고 있는 김중혁씨(30·가명)는 "한 달 수입은 약 400만원 정도로 작년 배달을 처음 시작했을 때와 비슷한 것 같다"고 말한다.
전국에서 가장 비싼 강남 지역 배달 수수료는 건당 평균 3500원에서 7000~8000원. 오전 11~12시와 오후 6~7시 피크타임에는 1만8000원까지 오른다. 다만 1만8000원짜리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고, 보통은 1만1000원에서 1만5000원 사이에서 움직인다고 한다.
김씨는 주7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하루 11시간 동안 평균 30건, 한달에 약 900건을 배달한다. 이렇게 해서 김씨 통장에 찍히는 돈은 한 달에 약 400만원.
여기에 매일 8000원씩 나가는 기름값(한달 24만~25만원)과 오토바이 운전자보험 4만원, 유상책임 보험 1년에 180만원(한달 15만원) 고용보험료 100만원당 5000원 정도(약 2만원)를 빼면 온전히 들어오는 돈(순수입)은 약 355만원으로 내려간다.
오른 것은 음식배달비뿐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리운전비는 지난 1월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1.5% 올랐다. 서울 시내에서 통상 1만5000원이었던 배차비가 2만원에서 2만5000원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대리운전 분야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카카오T 대리기사 이병률씨(47·가명)는 하루에 3~4콜, 한달에 120~140콜을 받아 월 300만원 정도 순수익을 올린다. 지난해에는 365일 중 360일 동안 일해 약 4000만원을 벌었다. 올 들어 대리비가 올랐다고는 하지만 수입은 작년과 비슷하다.
다만 대리기사의 순수입을 배달 라이더와 직접 비교하긴 어렵다. 라이더는 대부분이 전업이라 하루 10시간 이상 일하는 반면, 대리기사의 40% 가량은 본업이 따로 있어서다. 이씨 역시 낮에는 회사에 다니고 퇴근 후나 주말·공휴일에만 대리운전을 한다.
배달비·대리비 인상에 소비자들의 불만도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직장인 윤모씨(34)는 "배달비로 4000~5000원씩은 나가고 최소 주문 가격도 올랐더라. 부담스러워 아예 시켜 먹지 않거나 집 근처로 가 포장을 해온다"고 말했다. 평소 대리를 자주 이용하는 직장인 이모씨(39)도 "예전보다 요금을 많이 받는 것 같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플랫폼시장의 독과점 구조를 그 배경으로 지목한다. 플랫폼사들이 과점적 지위를 이용해 물가 인상분에 따른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시키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플랫폼 시장 자체가 과점 형태로 운영되고 있고, 특히 1위 업체가 독보적으로 시장점유율이 높다"면서 "플랫폼 기업이 수수료율을 어떻게 책정하는지, 가게 노출빈도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광고에 따른 수수료율 책정 정책 등 가격 결정권을 다 갖고 있어 시장 구조가 왜곡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다양한 선택 대안이 많아져야 한다"며 "최근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공공 배달 서비스 플랫폼이 더 확대되거나 소비자 이용율을 높여서 충분한 경쟁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