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빗’으로 통하는 하이엔드 주거문화의 역사

      2022.04.19 09:29   수정 : 2022.04.19 09:29기사원문

‘프라이빗’은 하이엔드 주거문화의 역사를 관통하는 키워드다. 지리부터 시설, 문화에 이르기까지 부촌의 변화 속에 은밀하고 사적이며, 단절된 공간은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자리했다.

■ 접근성보다 중요한 단절, 성북·평창·한남 부촌 형성

일거수일투족이 노출되어 있는 정·재계 인사와 유명 연예인들에게 있어 프라이버시는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다.

이에 그들은 접근이 편한 도심지 대신 산자락에 위치한 평창동, 성북동으로 모여들기 시작했고, 이마저도 부족해 성벽을 연상시키는 높은 담벼락까지 세웠다. 외부로부터의 시선을 허락하지 않는 이곳의 모습은 스스로를 가둔 느낌마저 든다.


용산구의 대표적 부촌인 한남동과 동부이촌동에서도 이 같은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성북, 평창동과 마찬가지로 재벌가 인물을 비롯해 배우 김태희 등이 살았던 것으로 알려진 한남동의 유엔빌리지는 한강을 등진 언덕을 따라 조성되어 있어 도심지와 단절된 형태를 보인다. 또한 자치회에서 운영하는 공동 경비 인력이 초입부터 상주해 출입을 통제하기도 한다.

한강맨션으로 대표되는 동부이촌동 역시 용산미군기지와 한강 사이에 위치해 외부와의 노출이 적다. 두 곳 모두 지리적인 단절과 한강 조망을 바탕으로 부촌으로서 자리매김했다.

■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 등장, 입주민 전용 커뮤니티 통한 상류층 네트워크 형성

2000년대에 들어 타워팰리스를 필두로 강남의 고급 주상복합과 아파트가 부촌의 큰 트렌드로 자리잡았으며 잠실의 시그니엘 레지던스, 성수동의 아크로서울포레스트·트리마제·갤러리아포레, 부산 해운대의 LCT 등으로 그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 단지는 지리적으로는 개방되어 있으나 강화된 보안 시스템을 적용해 외부와의 차단을 만들어 냈다.

또한 이들 단지는 입주민 전용의 커뮤니티 시설을 도입했는데, 시설적으로도 완성도가 높지만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그들만의 인맥이 형성된다는 것에 더 가치가 높다는 평이다. 웃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고급 호텔 피트니스의 VIP 회원권이 상류층 네트워크에 참여할 수 있는 ‘입장권’으로 여겨지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 소형 오피스텔의 시대, 수요에 맞춘 상품 진화

최근에는 소형 오피스텔이 하이엔드 주거시설의 새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이들 상품은 앞서 언급한 주상복합 단지들의 보안, 커뮤니티 등 시설적인 프라이빗함을 이으면서도, 1~2인 가구가 빠르게 증가하는 시대적 흐름에 맞춰 작지만 고급스러운 주거공간을 내놓으며 저마다의 차별화에 나섰다.

2018년 분양한 더 라움 펜트하우스가 그 시작으로 꼽히는데 24시간 보안요원 상주, 입주민 전용 카드로만 이용 가능한 엘리베이터 등으로 외부의 차단을 막는 한편, 입주민 전용 커뮤니티시설과 패밀리 멤버십 서비스 등을 통해 그들만의 유대감을 제공한다. 여기에 높은 층고, 거실 통유리 등의 완성도 높은 주거 공간까지 더했다. 전용 59㎡ 타입의 분양가가 12억원이 넘어 아파트보다 비싼 오피스텔로 이슈가 되기도 했던 이 단지는 계약 시작 후 3개월만에 완판됐다.

최근에는 단순히 자산 규모뿐 아니라 성향, 직업군 등으로 주 고객층을 세분화하고, 그에 맞춘 특화 설계를 적용하는 상품이 등장하고 있다.
삼성로에 공급 예정인 아티드의 경우 ‘매력적인 단 하나의 소장품, 소유하고 싶은 공간’으로서 하이엔드 음악 콘텐츠 전문 프라이빗 상영관 ‘오르페오(Orfeo)(가칭)’를 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또한 살롱, 아지트 등 비밀스러운 휴식, 연회 공간을 내부에 들여 독립성을 더했고 단지 외부를 수목으로 둘러싸 외부와의 분리와 고풍스러운 분위기 연출을 동시에 꾀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하이엔드 주거시설의 수요층에게 외부로부터의 보안은 사생활과 자산을 지키는 중요한 요소”라며 “특히 최근에는 입주민 전용 커뮤니티 시설이 사적인 여가를 즐기는 공간이자 그들만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공간으로 자리잡았으며 이는 코로나19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더욱 중요시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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