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딛고 날리는 혼신의 스파이크…"목표는 금메달"

      2022.04.19 14:57   수정 : 2022.04.19 14:57기사원문
기사내용 요약
좌식배구 국가대표 여자선수단, 광주에서 전지훈련
10월 광저우 아시안 패러게임 금빛 향한 투혼 펼쳐
"행정, 장애인 관련 스포츠에 지속적 관심을…" 당부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19일 오전 광주 광산구 수완문화체육센터 다목적체육관에서 좌식배구 여자국가대표들이 오는 10월 열리는 항저우 아시아패러게임 메달을 목표로 훈련을 하고 있다. 2022.04.19. leeyj2578@newsis.com
[광주=뉴시스]이영주 기자 = "언니 서브 받아!" "이쪽에서 먼저 칠게!"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오전 광주 광산구 수완문화체육센터 다목적체육관.

오는 10월 중국 항저우 아시안 패러게임 출전을 앞둔 좌식배구 국가대표 여자선수들의 기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6인 1조로 꾸려진 모의훈련팀은 이날 수비자세를 바로 잡으면서 보다 정밀하게 스파이크하는 훈련을 하고 있었다.



김정아(45·여) 감독이 묵직한 서브를 날리자 맞은편 코트에 자리를 잡고 있던 선수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힘이 실린 공이 네트 앞에 진을 친 수비수들 사이로 파고 들자, 주장인 한정원(52·여)씨가 몸을 날려 리시브를 했다.

한씨의 주먹에 맞은 공은 체육관 허공으로 솟구치더니 이내 네트 앞에서 스파이크를 준비하고 있던 하삼숙(56·여)씨의 사정권에 들어왔다. 하씨의 강한 스파이크를 맞은 공이 네트를 가뿐히 넘어가자 김 감독이 "좋∼았어"라며 응원어린 기합을 외쳤다.

여느 배구경기와 똑같지만 다른 것은 선수들이 모두 앉아서 경기하고 있다는 것. 지난 1월부터 태극기를 등에 짊어지고 있는 12명의 선수들은 절단과 소아마비 등으로 몸을 온전히 쓰지 못하는 지체장애인들이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19일 오전 광주 광산구 수완문화체육센터 다목적체육관에서 좌식배구 여자국가대표 하삼숙(56)이 스파이크를 넣고 있다. 2022.04.19. leeyj2578@newsis.com
다리를 잃었거나 하반신 일부가 마비된 이들은 무릎보호대를 차고 미끄러지듯 바닥을 쓸며 날아오는 공을 날렵하게 막았다. 선수들은 엉덩이가 지면에서 떨어지면 반칙이 선언되는 좌식배구 규칙과 장애요소들을 극복하기 위해 순발력과 힘을 길러 강력한 서브와 스파이크를 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선수들은 다리를 쓰지 못한다는 것을 자각하지 않는다는 듯 자연스럽게 경기를 이어갔다. 날아오는 공을 연신 막느라 빨갛게 부어오른 팔을 쓰다듬거나 손바닥을 서로 치면서 순간 순간의 고통을 이겨냈다. 리시브를 위해 몸을 날린 한 선수는 잘못 넘어졌다는 듯 옆구리를 부여잡았지만 이내 자세를 가다듬고 곧바로 코트로 복귀했다.

선수단은 올해 10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아시안 패러게임에서의 메달권 진입을 위해 투혼을 불사르고 있다. 한국의 좌식배구 국가대표 여자선수단은 현재 아시아권 4위에 올라 있다.

중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 경쟁 국가들과 엎치락 뒤치락하면서 지난 몇 년 사이 기량이 부쩍 성장했다. 2018년 3월 국내에서 열린 좌식배구 국제선수권대회 참가 이후 2019년 태국 국제대회에서 거둔 좋은 성적 등으로 줄곧 4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좋은 성적의 국가대표지만, 사회적 약자 신분과 비인기 종목이라는 점이 맞물려 관심과 지원의 사각지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업팀 창설이 부진해 전문선수 발굴과 육성이 어렵고, 이를 뒷받침할 행정이 무관심에 가까운 대처로 일관하는 탓에 훈련장소 섭외에도 종종 어려움이 이어지곤 한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19일 오전 광주 광산구 수완문화체육센터 다목적체육관에서 좌식배구 여자국가대표 한정원(52) 주장이 서브를 준비하고 있다. 2022.04.19. leeyj2578@newsis.com
김 감독은 좌식배구를 향한 관심은 곧 비장애인들의 장애인들을 향한 관심 확대와 맞물려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스포츠가 장애인들의 일상에 젖어들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 많은 관심이 필요한 때다. 장애인들에게 주어지는 많은 활동성은 이들의 사회적 결속감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한다"며 "장애인의 날을 기점으로 행정이 장애인들의 건강과 활동성을 북돋아 줄 수 있는 좌식배구와 같은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제공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선수단 기량은 최고조로, 올해 아시안 패러게임에서 반드시 메달권에 들어 종목의 활성화에 기여하고 신인 선수 발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싶다"며 "아시아 4위를 넘어 세계선수권 랭크에 오를 수 있도록 선수단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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