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올 새해 첫날 '철책 월북' 사건, 부대 지휘관 경징계 처분

      2022.04.19 21:02   수정 : 2022.04.20 00:3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19일 군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새해 첫날 동부전선에서 발생한 이른바 '철책 월북' 사건과 관련, 해당 지역을 관할하는 군부대 지휘관들이 경징계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육군은 올해 1월 1일 강원도 고성의 제22사단 관할 경계구역에서 발생한 월북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 이승오 사단장(소장)에 주의, 상급 부대인 8군단의 여운태 군단장(중장)에게 엄중 경고, 해당 부대의 여단장(대령)과 대대장(중령)은 견책 처분을 내렸다고 전했다.

현행 '군인사법'상 군 간부에 대한 징계는 파면·해임·강등·정직 등 중징계와 감봉·근신·견책 등 경징계로 구분된다.



하지만 여 군단장과 이 사단장이 받은 경고 및 주의 조치는 경징계에도 해당하지 않는 처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사건은 지난 1월 1일 오후 9시20분께 동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내에서 미상 인원 1명을 감시장비로 포착해 신병 확보를 위해 병력을 투입해 비무장지대에서 작전을 펼쳤으나 해당 인원이 오후 10시40분께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월북한 것을 확인함으로써 발생했다. 군 당국은 이 월북자가 지난 2020년 22사단 관할 경계구역에서 북에서 남으로 철책을 넘어 귀순했던 인물로 조사결과 확인했다.

현지 군부대는 이 월북사건 발생 과정에서 월북자가 감시카메라에 5차례나 포착됐음에도 이를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재차 '경계 실패'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육군은 해당 부대 22사단이 전군에서 유일하게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일반전초(GOP) 등 전방경계 임무와 해안경계 임무를 동시에 맡고 있다는 특수성과 군단장과 사단장이 지난해 12월 부임한 뒤 2주 후에 이 사건이 벌어져 이러한 정황을 참작 '직접적인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22사단의 경계책임지역은 다른 사단의 3~4배가량으로 넓다고 알려져 있다. 이 지역에선 2009년엔 사단에서 전역한 민간인이 철책을 뚫고 월북한 사건이 발생했다. 2012년 10월에는 북한군 병사가 월남해 군 초소 문을 두드린 ‘노크 귀순’도 일어났다. 지난해 2021년 2월에는 북한 남성 1명이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 근처 동해에서 오리발을 차고 ‘헤엄 귀순’했다.

이같이 이 지역은 지난 10여년간 각종 사건 사고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문책당한 사단장이 많아 이른바 ‘별들의 무덤’으로 불린다.

특히 지난 2012년 대한민국에 '노크 귀순'이라는 새로운 단어가 생긴 이래 당시 나라를 지키는 군인을 믿을 수 있느냐는 근원적인 불신에 국민의 충격은 그만큼 컸다. 이때도 군은 보강대책의 일환으로 과학화 경계시스템 조기 구축과 재발 방지를 외쳤다.

나라를 지키는 자랑스러운 국군장병들의 처벌을 선호하고 부추기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경계 임무가 부대 특수성으로 인해 어렵고 지휘관이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부대는 작전과 경계에 실패해도 큰 처벌 없이 지나간다는 선례가 남겨질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더구나 이번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고 경계 태세를 강화하기 위한 대책은 무엇인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그 처분과 대책, 원인과 결과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군 안팎의 지적이다.

경계 태세를 다잡아서 다시는 유사한 실패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경계 취약 지역을 재분석하고, 시기별·지역별 감시가 제한되는 지역을 식별해 시급히 보강하는 조치가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이다.

군 관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각 단위 부대별로 모든 운용 가능한 역량을 집중해 합리적이고 과감하게 근무 방법과 초소를 조정, 지원하고 각종 장애물 설치와 과학화 경계 시스템을 보강해야 한다면서도 "장비는 보조물에 지나지 않고 철책 경계는 어렵고 힘들다"며 "지휘관과 간부가 솔선수범해 힘든 시간에 함께 순찰하고 근무하지 않으면 장병은 나태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상황 보고 체계 개선, 지휘통제실 근무 장교의 보고 누락과 상황 근무자의 기강을 확립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적시의 정확한 보고와 상황 처리 과정에서 자의적인 해석과 융통성을 최대한 배제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대한민국 국민은 매일 매일 묵묵히 충실하게 임무를 완수하는 대다수 국군 장병을 믿는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매우 엄중하게 여기고 조국을 위해 젊음을 바쳐 희생하고 있는 그들의 명예가 훼손되지 않도록 장병들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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