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 노포 '을지OB베어' 강제 철거…42년 만에 문닫나
2022.04.21 15:12
수정 : 2022.04.21 15:1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서울 을지로의 대표적인 노포 '을지OB베어'가 결국 6번의 강제집행 끝에 철거됐다.
21일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등에 따르면 법원 등이 고용한 용역 등 100여 명은 이날 오전 4시 20분께 을지OB베어 강제집행에 나섰다. 용역 직원들은 1시간여에 걸쳐 을지OB베어 간판을 끌어 내리고 내부 집기류도 모두 빼냈다.
시민단체 회원과 주변 상인 등 30여 명은 이날 오후까지 을지OB베어 입구 앞 바닥에 줄지어 앉아 항의했으며, 용역 10여명도 활동가들이 가게 내부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가게 앞을 지켰다.
을지OB베어는 지난 1980년 을지로3가 골목에서 개업해 처음으로 ‘노맥(노가리+맥주)’을 선보인 노가리 골목의 시초다.
이후 OB베어는 노가리 골목에 기여한 역할을 인정받아 지난 2015년 서울시는 이곳의 보전가치를 인정하면서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했다. 뿐만 아니라 호프집으로는 최초로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가 뽑은 ‘백년가게’로 선정된 바 있다.
하지만 세입자 을지OB베어와 건물주 간 갈등은 지난 2018년부터 시작됐다. 임대계약 연장을 놓고 건물주와 명도소송을 벌였지만 을지OB베어가 1심과 2심에서 패소하고 지난해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면서 가게를 비워줘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그러던 중 올해 1월 노가리 골목의 만선호프 측이 을지OB베어가 입점한 건물 일부를 매입하면서 건물주가 됐다.
만선호프와 을지OB베어 측은 보증금과 임대료를 인상하고, 을지OB베어가 그간 강제집행 비용을 부담하는 대신 계속 장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상호 합의가 됐다고 한다. 하지만 돌연 만선호프 측에서 건물에 화장실을 새로 지을 공간을 요구하면서 퇴거를 요청했다는 게 을지OB베어 측 주장이다.
시민단체와 주변 상인들은 을지OB베어 정상화 등을 촉구하며 이날부터 가게 앞에서 기자회견과 문화제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