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콥스키 콩쿠르
2022.04.21 19:19
수정 : 2022.04.21 19:19기사원문
세계 3대, 동양 최대 같은 수식어는 일본이 원산지다. 서양음악의 본고장에서는 그런 인식이나 표현을 찾아보기 힘들다. 콩쿠르마다 고유의 정체성이 있다. 개최 장소, 평가 방식, 참가곡 선정, 개최 연도 등이 다 다르다. 다양한 평가방식 때문에 예술가의 프로필에서 '1위 없는 2위' '공동 수상' 같은 대목이 자주 나타난다.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리는 쇼팽 콩쿠르는 피아노의 시인을 낳은 나라답게 피아노 한 분야에 특화된 피아니스트의 산실이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벨기에의 왕비 엘리자베스를 기리기 위해 브뤼셀에서 개최되는데 바이올린을 중심으로 피아노, 작곡, 성악 부문에서 경쟁한다. 차이콥스키 콩쿠르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다. 성악,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목관악기, 금관악기 등 경연부문이 가장 많다.
국제음악콩쿠르의 연합체인 국제음악콩쿠르연맹(WFIMC)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항의하는 뜻에서 차이콥스키 콩쿠르를 퇴출시켰다. 117개 회원 콩쿠르를 보유한 WFIMC가 정치적 이유로 회원을 제명한 것은 처음이다. 서울국제음악콩쿠르와 통영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제주국제관악콩쿠르 등 국내 3개 콩쿠르가 회원이다.
64년 역사를 가진 차이콥스키 콩쿠르의 영향력과 권위에 타격이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피아니스트 정명훈이 1974년 공동 2위에 올랐고, 바리톤 최현수가 1990년 남성 성악 부문에서 첫 우승했다. 2011년 소프라노 서선영, 베이스 박종민이 각각 남녀 성악 부문에서 동반우승한 이후 많은 입상자를 배출했다. 내년 6월 4년 만에 돌아오는 콩쿠르를 준비해온 음악인들에게 미칠 피해가 걱정이다. 무엇보다 콩쿠르의 선율이 포성에 묻히는 게 안타깝다.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