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관 직인 빠졌다고 1100억원 과징금..대한항공에 보복한 러시아
2022.04.22 07:34
수정 : 2022.04.22 07:43기사원문
21일 대한항공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2월22일 대한항공 인천~모스크바~프랑크푸르트행 화물편(KE529편)이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공항에서 관제당국의 이륙허가를 받고 출발했으나, 공항세관으로부터 출항절차의 일부가 누락(세관 직인 날인)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러시아 공항 세관은 1년여를 넘긴 올해 2월24일 대한항공에 80억 루블(약 11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항공기 가액의 1/2~3배 범위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근거에 따른 것이다.
대한항공은 러시아 당국의 과징금이 과도한 수준의 제재라고 보고 있다. 대한항공 측은 "러시아 법규에 따라 모든 서류와 데이터를 제출하고 화물을 정상적으로 통관한 뒤 세관으로부터 전자문서로 사전 승인까지 받았다"면서 "이후 국경수비대와 공항 관제 당국의 승인을 받고 항공기를 이동했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세관의 직인 날인을 제외한 모든 절차를 지킨 만큼 위법 의도가 전혀 없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며 "이 같은 사실을 러시아 세관 당국에 수차례 소명했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과징금 조치가 과하다고 보고 러시아 연방관세청에 이의를 제기했다. 현재 모스크바 항공해상교통 검찰청이 직권으로 세관 조치를 심사 중이다. 이 절차가 종결되면 연방 관세청 심의가 이뤄진다. 대한항공 측은 "러시아 연방관세청에서도 이의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러시아 법원에 행정소송까지 진행할 계획"이라며 "이마저도 안 될 경우엔 국제 중재까지도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번에 부과된 과징금이 통상 이해할 수 있는 규모를 넘어선 데 대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와 관련된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과징금 부과 시점인 지난 2월24일은 우크라이나 침공 시작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날 갑자기 한국 국적기를 타깃으로 삼았다는 시나리오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업계에서는 1100억원이란 액수가 상식범위를 벗어난다는 반응이다. 정부 관계자는 동아일보에 "국내 항공사들의 지난 5년간 낸 과징금의 총 합이 500억원이 안 된다. 규제가 강하다는 유럽과 미국 항공 당국도 수년간의 담합을 제외하면 1000억원이 넘는 과징금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