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급 1만5000원 불러도 알바 못구해요"... 영업제한 풀려도 일찍 문닫는 식당·술집
2022.04.24 17:51
수정 : 2022.04.24 17:51기사원문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 술집 업주 강모씨(43)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도 오후 11시면 가게 문을 닫는다. 밤 늦게까지 홀 서빙을 담당할 아르바이트생을 못 구했기 때문이다.
강씨는 "최저임금 보다 3000원 넘게 모집 공고를 올렸는데도 감감 무소식"이라며 "빨리 매출을 회복해야 하는데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전면 해제했지만 많은 식당들은 일손을 구하지 못해 여전히 자정 전에 문 닫고 있다. 20대 구직자들은 가게 알바보다 급여가 높은 배달업으로 자리를 옮기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사회의 수요 전환에 따라 구인시장 구도도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24일 알바몬에 따르면 지난 1·4분기 기간 동안 알바몬에 등록된 아르바이트생 모집 공고는 242만9428건을 기록했다. 지난해(143만여건) 대비 69% 증가한 수치다.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이전인 2019년도 1·4분기(139만여건)와 비교하면 75% 증가했다. 또 다른 채용 공고 사이트인 알바천국 경우에도 전주 대비 모집 공고 상승률이 3월 5주차 0.7%, 4월 1주차 4.3%, 4월 2주차 1.6%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아르바이트 공고 사이트에서는 2022년 최저시급인 9160원을 훌쩍 뛰어넘는 금액을 제시한 곳들이 즐비했다. 술집이나 고깃집의 경우 시간당 1만3000~1만5000원을 지급한다는 공고도 눈에 띄였다.
서울 강서구에서 이자카야를 운영하는 박모씨(36)도 사람을 구하지 못해 연장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박씨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를 앞두고 사람을 뽑았는데 하루만에 그만 뒀다"며 "혼자서 홀서빙, 요리를 다 하다가 서비스가 안 좋아져서 결국 연장 영업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구인난' 성토 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왔다. 한 자영업자는 "유튜브 같은 매체를 통해 MZ세대의 개념이 바뀐 것 같다"며 "누구 밑에서 일하느니 배달 일에 종사하겠다는 생각이 다수"라고 말했다.
실제 배달업에 종사하는 인구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운수창고업 취업자수는 전년 대비 8만1000명 증가했다.
코로나19로 배달 수요가 늘고 있는 만큼 몸값도 오르고 있다. 배달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배달대행업체 바로고, 생각대로 등은 배달대행 수수료를 500~1000원 가량 인상했다. 수수료 인상으로 수도권 평균 배달료는 5000~6000원 수준으로 올랐다. 악천후나 피크 타임 배달, 장거리 배달의 경우엔 할증 적용으로 최대 7000~9000원에 육박한다. 이 때문에 온라인에서는 소위 '수익 인증'이 빈번하게 나오고 있다.
배달업 종사자 이모씨(26)는 "홀 서빙보다 2배 가까이 벌 수 있는데 배달 일을 안 할 이유가 없다"며 "굳이 사장 눈치 보면서 돈 벌 필요가 있겠느냐"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회의 변화에 따라 일자리 공급 구도 또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배달앱의 탄생으로 디지털 전환이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배달대행 같은 추가 일자리가 생겨나고 있다"며 "기존 저임금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인기를 받지 못하는 게 당연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