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1 훈련기 공중충돌, 구름 피하려 '경로 이탈'이 주원인
2022.04.27 16:25
수정 : 2022.04.27 18:32기사원문
27일 공군은 지난 1일 경남 사천에서 발생한 공군 KT-1 훈련기 공중 충돌 및 추락사고 원인이 비행경로 이탈이었다고 조사결과를 공개했다.
공군에 따르면 사천 소재 공군 제3훈련비행단에선 사고 당일인 지난 1일 오후 1시32분께 KT-1 훈련기 1번기와 2번기 2대가 편대비행 훈련을 위해 10초 간격으로 이륙했다. 이어 35초 뒤엔 또 다른 KT-1 훈련기 3번기 1대가 비행 훈련을 위해 이륙했다.
앞서 이륙한 1~2번기는 시계 비행이었으나 3번 훈련기는 항공기에 장착된 계기에만 의존하는 계기 비행 방식 훈련이었다.
1번기가 앞서고 2번기가 뒤를 따랐다. 당초 이 편대는 이륙 후 왼쪽으로 선회해야 했지만 1번기에 탑승한 비행 교수는 기지 상공에 낀 구름을 피하려 오른쪽으로 선회했다. 이때 2번기는 통보를 받지 못했으나 편대비행으로 1번기 뒤를 따랐다.
그런데 앞서 이륙한 1~2번 훈련기 2대 편대와 단독 계기 비행 훈련기 1대의 항로가 겹쳤다. 우회해 앞서 가던 1번기는 약 580m 전방에 다가오는 계기 비행 훈련기를 발견하고 회피 기동으로 충돌을 피했다.
하지만 편대비행으로 뒤따라 오던 2번기가 뒤늦게 3번기를 발견하고 조종간을 틀었지만 계기 비행 중이던 3번 훈련기와 공중충돌, 결국 2대 모두 추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1·2번 훈련기와 지상 관제사와의 교신은 없었다.
두 훈련기는 조종석이 있는 전면부끼리 직각으로 약 시속 290㎞의 속도로 공중충돌했다. 갑작스런 충돌로 조종사 4명은 즉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낙하산이 펴진 것은 강한 충격에 따른 것으로 조종사들이 조종석 사출 장치를 작동한 흔적 없이 낙하산만 지상으로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공군은 "조종사가 비행절차를 정확히 준수하지 않았고 항공기 발견 때 적절한 회피기동을 못했다"며 "전반적으로 조종사들의 전방 공중경계 소홀, 관제사의 관제지원 미흡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공군은 임무 중 과실이 밝혀진 1번기 비행교수·관제사·지휘책임자를 문책위원회에 회부할 예정이다. 또 모든 조종사와 관제사를 대상으로 유사사고 재발방지 교육을 하고, 비행 절차를 보완해 오는 29일 검증비행을 실시하기로 했다.
공군에서 항공기 충돌사고가 발생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KT-1 훈련기들 간의 충돌사고가 발생한 건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 관계자는 "그날 비행장 상공으로는 구름이 제법 있었고 남쪽으로는 구름이 없었다"며 "1번기 교수는 학생을 고려해서 구름 없는 쪽으로 가려고(오른쪽으로 선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공중 충돌이 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어느 한 점에 공간을 찍고 만나려 해도 만나기 어렵다"며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불운하다고 생각한다. 확률적으로 몇 백만 분의 1에 해당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공군이 만들어진 이래로 이런 사례는 처음"이라고 밝혔다.
공군은 "순직한 비행교수, 학생조종사의 명복을 빌고 가족에게 다시 한 번 깊은 위로의 말을 전한다"며 "국민에도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이번 추락사고에 따라 중단됐던 KT-1 훈련기의 비행은 내달 2일부터 재개된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