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꽃밭..함부로 꺾지 말라" 유퀴즈 에필로그에 의미심장한 글
2022.04.28 07:41
수정 : 2022.04.28 15:25기사원문
tvN 예능물 유 퀴즈 온 더 블럭(유퀴즈)은 27일 방송 말미 윤 당선인 출연 후 불거진 정치색 논란 관련 입장을 밝혔다. 서울 상암동에 자리한 tvN 편집실을 비추며 "폭풍 같았던 지난 몇 주를 보내고도 아무 일 아닌 듯, 아무렇지 않은 듯, 쳇바퀴에 그저 몸을 맡겨야만 하는 '나의 제작 일지'"라고 설명했다.
MC 유재석과 조세호의 모습과 함께 "2018년 어느 뜨거웠던 여름날에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길바닥의 보석 같은 인생을 찾아다니며 한껏 자유롭게 방랑하던 프로였다. 저 멀리 높은 곳의 별을 좇는 일보다 길모퉁이에서 반짝이는 진주 같은 삶을 보는 일이 참으로 행복했었다. 유퀴즈는 우리네 삶 그 자체였고 그대들의 희로애락은 곧 우리들의 블루스였다"고 회상했다.
제작진은 "이 프로그램을 일궈 온 수많은 스태프, 작가, PD들은 살면서 또 언제 이토록 귀한 경험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며 "보통 사람들이 써 내려가는 위대한 역사를 담을 수 있어서, 어느 소박한 집 마당에 가꿔놓은 작은 꽃밭과도 같은 프로그램이라서, 날씨가 짓궂더라도 계절이 바뀌더라도 영혼을 다해 꽃 피워 왔다"고 돌아봤다.
제작진은 특히 유재석과 조세호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자신의 시련 앞에서는 의연하지만 타인의 굴곡은 세심하게 연연하며 공감하고 헤아리는 사람"이라며 "매 순간이 진심이었던 유재석과 유재석을 더욱 유재석답게 만들어준 조세호"라고 표현했다. 길거리에서 시민들을 만나다가 코로나19로 포맷을 바꿀 수밖에 없었던 상황도 언급했다. "두 사람과 함께한 사람 여행은 비록 시국의 풍파에 깎이기도 하면서 변화를 거듭해왔지만, 사람을 대하는 우리들의 시선만큼은 목숨처럼 지키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뜻하지 않은 결과를 마주했을 땐 고뇌하고 성찰하고 아파했다. 다들 그러하겠지만 한 주 한 주 관성이 아닌 정성으로 일했다"면서 "그렇기에 떳떳하게 외칠 수 있다. 우리의 꽃밭을 짓밟거나 함부로 꺾지 말아 달라고. 우리의 꽃밭은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간 지나면 알게 되겠지"라며 "훗날의 나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제작진의 마음을 담아 쓴 일기장"이라고 했다.
유퀴즈는 지난주 윤 당선인 출연 후 정치색 논란에 휩싸였다. 문재인 대통령 측이 지난해 4월 퇴임 1년을 앞두고 유퀴즈 출연을 추진했지만, CJ ENM이 거절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가중됐다. CJ ENM은 '문 대통령 측이 유퀴즈 출연 요청을 한 적도 없다'고 해명했고,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윤 당선자 출연 여부와 별개로 청와대를 상대로 한 CJ 거짓말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어떠한 외압도 없었길 바란다"고 반박하면서 진실 공방이 이어졌다.
이 외에도 김부겸 국무총리에 이어 이재명 전 대선후보도 유퀴즈 출연을 거부당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친여 성향 누리꾼들은 유퀴즈 제작진뿐 아니라 진행자 유재석에게도 악플을 다는 등 비난의 수위를 높여왔다. 민주당 일부 인사들은 유재석에게 이번 논란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현재 CJ ENM은 논란에 대해 일주일 넘게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