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국정 미래설계 체계를 구축하자
2022.04.28 08:00
수정 : 2022.04.28 08:00기사원문
(서울=뉴스1) = 국회미래연구원 객원필진 이명수 국민의힘 국회의원.
공무원 초임 시절, 일본에 방문한 적이 있다. 놀라웠던 일 중 하나가 일본은 국가 주도의 100년짜리 인재육성 계획을 세운다는 것이었다. 인적 자원을 향상시킬 수 있는 교육시스템 마련 등 먼 미래의 시점에서 일본의 모습을 바탕으로 상당히 구체적 비전을 수립하고 있었다.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작가인 사르트르(J.P. Sartre)는 “인간(人間)은 바람직한 미래를 위해 자신을 던지는 존재”라고 설파한 바 있다. 더욱이, 위험과 불확실성이 커지는 현대사회에서 미래예측은 필수적이다. 성공적인 국가 비전은 해당 국가의 비약적 성장으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오래전부터 해외 선진 주요국들은 다양한 형태의 국가미래전략기구를 행정부 직속 또는 보좌기구 소속으로 두어 짧게는 10년 길게는 100년 이후의 미래예측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미국의 국가정보위원회, 영국의 전략국, 프랑스의 전략분석센터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들은 총체적이고 체계적이며 분석적인 미래예측작업을 수행한다.
선진 주요국의 국가미래전략기구의 특징을 살펴보면, 국가의 미래전략을 중점적으로 담당하는 정부기구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시계(time-horizon)를 가지고 있다. 또한 국내의 정책뿐만 아니라 국제 정책까지 포괄하는 시각에서 국가의 전략적 행동에 초점을 맞추어 미래에 대비하고 있다. 결국, 미래대응 의지와 능력이 선진사회·선진국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해외 사례를 참고하여 우리도 대한민국의 현실을 토대로 중장기 플랜을 세워 국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가가 먼 미래를 바라보고 비전과 청사진을 세우는 것, 바로 지속가능한 국정 미래설계 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국가의 흥망성쇠가 달려있는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의 국가미래계획 추진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미래계획이 가까운 미래에 국한되어 단기 현안에 매몰돼 있다는 점이다. 시급한 문제가 발생하면 그것의 해결에만 몰두하는 경우가 많은데 단기적인 것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중장기적 미래계획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또 다른 문제점으로는 미래설계와 관련한 R&D예산 및 투자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현재 R&D연구소에 대한 천문학적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미래 현안과 관련한 투자는 미흡하다. 전세계적 위험 요소 및 변화 환경에 대응하는 국가전략, 지속가능한 환경 조성, 고령사회, 사회 소외 계층 복지 문제, 신성장 동력과 같은 주제는 선진 미래전략기구들의 공통적인 관심사다. 이러한 장기적 정책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미래 핵심의제에 대한 연구와 분석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또한 민관(民官) 합동의 노력이 더욱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민관의 협력이 있긴 하지만 이 역시 미약한 실정이며, 민간 연구기관과 정부 출연 연구기관과의 네트워크가 보다 긴밀하게 구축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협력적 관계를 형성하여 국제무대에서의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이는 방향으로 국가의 미래설계를 그려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대안적 발전 모델을 마련하고 미래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종합해보면 한국형 국정 미래설계 체계를 위해 범 정부차원의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미래전략기구를 구성하고 미래예측에 기반을 둔 국가비전 정립과 미래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특정 소관부처를 넘어서 광범위하게 국내외 다양한 현안을 다룰 수 있는 범부처적 협조와 연계가 필요하다. 또한 대한민국의 세계 최고 수준인 IT 기술력을 활용하여 국가 지식기반 인프라와 미래예측 인프라를 구축하여 4차 산업혁명의 흐름에 앞서가는 선진 국정운영이 가능토록 해야 한다.
필자가 2008년 처음 국회에 입성했을 때 아쉽다고 느꼈던 점은 국회가 과거 또는 현재의 단기적·지엽적 현안에만 몰두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미래를 대비하는 국회 차원의 기구를 마련하자고 당시 국회 부의장에게 건의한 바 있다. 추후 논의가 가속화되어 국회미래연구원이 탄생했고, 이는 미래지향적인 국회 정책역량 강화 측면에 있어 상당히 고무적인 성과라는 생각이 든다.
어언 2년이 넘도록 지속된 코로나 사태로 대한민국 경제 전반이 흔들리고, 특히 대한민국 경제의 허리라고 불리는 자영업자·소상공인 계층은 생계에 직격타를 맞았다. 물론 전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친 전염병이기에 이에 대한 대비가 미흡하고 어려웠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우리는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를 했어야 했다. 코로나19 이전 사스와 메르스 등의 감염병이 대한민국을 위협할 때마다 이에 대한 국가 차원의 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돼왔지만 변한 것은 없었다. 우리로서는 코로나 사태를 대비할 충분한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이를 수행하지 못한 것에 대한 뼈저린 반성이 필요하다.
이외에도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다양한 사회문제가 산적해있다. 심각한 수도권 인구 쏠림현상, 초저출산·고령화 현상 등이 그것인데 과거부터 지금까지 뚜렷한 해결책 없이 이어지는 것을 보면 이러한 현상들이 이대로 고착화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과 우려가 든다. 이러한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미래설계에 대한 저노력, 저의지, 저관심을 우선적으로 극복하여야 한다. 우리가 지금까지 해왔던 수단과 제도를 뛰어넘어 백지상태에서 다시 출발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미래에 대한 논의와 비전을 세워야 한다. 과거 1997년 외환위기와 최근의 코로나 사태 그리고 초저출산·고령화 문제까지 우리가 조금 더 조기에 예측하고 대비하였다면 최악의 사태는 면했을 것이다.
인생 100세 시대는 이미 현실이 되었고 120세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요즘이다. 정치·경제·과학·기술·사회 등 생활 전반에서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국제관계가 증대되고 기술이 발전하며 기존에 예측하지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으며, 사회가 점점 복잡해지고 다양화할수록 미래 예측은 더욱 어려워진다. 하지만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미래에 대한 계획수립과 구축은 필수적이다. 우리는 현재를 살아가기도 하지만 곧 닥쳐올 미래를 살아갈 존재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대비는 비단 미래세대만을 위한 것이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한 생존전략이 된다.
미래에 대한 준비는 국가의 책임이자 의무이다. 국가는 미래에 대한 비전과 전략 제시를 통해 국민들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고 불확실성에 대한 해소를 통해 삶의 목표를 세우고 설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우리는 미래전략적 시각을 가지고 철저하게 중장기적 문제 해결에 초점을 둔 국정 미래설계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그러한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정부와 국회, 대학과 기업이 머리를 맞대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미래읽기 칼럼의 내용은 국회미래연구원 원고로 작성됐으며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