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현·산울림 소환한 89년생 콩코드 "사이키델릭은 혼란스러움"

      2022.04.28 11:32   수정 : 2022.04.28 16:40기사원문
기사내용 요약
재즈 기타리스트 오지호 1인 밴드…첫 앨범 '초음속 여객기' 호평

[서울=뉴시스] 오지호. 2022.04.28. (사진 = 포토그래퍼 오현용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한국 록의 대부'인 기타리스트 신중현(84)의 사운드와 형제 밴드 '산울림' 김창완(68)의 보컬을 동시에 간직하고 있다.

신인 밴드 '콩코드'가 최근 발매한 데뷔 앨범 '초음속 여객기'에게 쏟아지는 찬사다. 1970년대 사이키델릭 록의 21세기 식 재림이 아닌, 그 시절 소리와 정서를 그대로 옮겨낸 듯한 고유성 덕분이다.



첫 곡 '무지개꽃 피어 있네'의 "새파란 하늘에 무지개꽃 피어있네 / 먼산 위에도 무지개꽃 피어있네" 같은 노랫말은 어떤가. 예전부터 내려온 듯한, 아련한 향수다.

뉴트로(Newtro)가 유행하는 시대에,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게 아니라 복귀로의 회귀에 가깝다.
콩코드는 '미래 진행 완료(未來進行完了)'의 밴드다. 1970년대에 "2022년에 사이키델릭 록 사운드의 아련한 항홀경이 마침표를 찍게 될 거야"라는 예언이 있었다면, 그것의 현현이다.

옛스러운 감성·공간감의 패턴과 문법이 온전하되, 지루하지 않게 재현된다. 리프와 특정 노랫말이 반복되면서, 그것이 사이키델릭의 미학을 극대화한다. 부러 20만∼30만 원대의 저렴한 기타·마이크로 녹음해 옛분위기를 살렸다.

재야에 묻혀 있던 음악계 숨은 고수가 이제야 발굴된 걸까. 아니다. 콩코드는 1989년에 태어난 재즈 기타리스트 오지호(33)의 1인 프로젝트 밴드. 1976년 상업 운항을 개시했다가 2003년 운항을 중단한 세계 최초의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도, 기아자동차의 첫 중형 세단인 각진 콩코드도 기억하기 힘든 세대.

2016년부터 재즈 밴드 '오조 트리오'의 리더로 활약해온 오지호는 '콩코드'라는 단어를 전혀 알지 몰랐다고 했다. 시인 겸 수필가 피천득(1910∼2007)의 수필집 '인연'을 훑다 처음 발견했다. '파리에 부치는 편지'라는 챕터에 나오는, (프랑스 파리의) 콩코드 광장이라는 단어가 눈에 밟혔다.

최근 서울 양천구 지호기타음악교습소에서 만난 오지호는 "처음엔 어감이 좋아서 선택했다"고 말했다.

"무슨 단어인지 전혀 몰랐죠. 검색을 했는데 옛날 자동차 이름이라 레트로한 느낌도 있고, 지금은 단종됐지만 초음속 여객기라는 의미도 있더라고요. 특히 교통수단이라는 공통점이 있었어요. 과거로 왔다갔다 할 수 있는 의미가 되겠다는 생각에 정한 이름이에요."

그렇게 오지호는 코로나19 유행 직전인 지난 2019년 11월 교습소를 열었고, 그곳에서 약 1년간 7곡이 실린 이번 음반을 완성했다. 현재를 사는 동시에 과거로 여행을 한 시간이다. 다음은 오지호와 나눈 일문일답.

-평론가, 기자 등 음악 관계자들의 반응이 폭발적입니다.

"전혀 예상을 하지 못했던 반응이에요. 왜냐면, 제가 음원 유통사 11군데에 보냈었는데 모두 거절을 당해 좌절을 했었거든요. 다행히 트로트를 주로 유통하는 2%엔터테인먼트에서 유통을 해주셨어요."

-1970년대 사운드와 감성이 놀랍게도 그대로 전달됩니다.

[서울=뉴시스] 콩코드 '초음속 여객기' 커버. 2022.04.28. (사진 = 오지호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제가 원했던 바였어요. 목소리에서 그리움과 회상의 정서가 느껴지기를 바랐고, 사운드적인 것에서는 일단은 예스러운 느낌을 나기를 바랐습니다. 김민기 선생님을 좋아했고, 정태춘, 들국화 등 그 시대의 음악을 많이 들었어요. 시인과 촌장도요. 그렇게 들었던 음악들이 제게 고스란히 흡수됐고 그것이 자연스레 바깥으로 나온 거 같아요."

-어릴 때 제주에서 자랐다고요. 아무래도 창작 감성에 큰 영향을 줬을 거 같아요.

"음악을 듣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지만 제주는 일단 소식이 늦어요. 유행이라든지 그건 부분에 둔감한 편이죠. 그러다 보니까 본인이 생각하는 것, 자신이 원하는 색깔을 강력하게 주장할 수 있는 자유가 있습니다. 그런 부분에 영향을 받아 기타 연주 스킬 등에서 무수히 많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었죠. 그러다보니 저도 컨템포러리 재즈에 더 빠졌고, 더 즉흥적인 연주를 선호하게 된 거 같아요."

-첫 곡 '무지개꽃 피어있네'는 고유한 예전 기억들에 대한 상실감을 전해주는 곡입니다.

"앨범 수록곡 중 처음 작업한 곡이에요. 수월하게 작업했어요. 신경이 있는 제 척추 사이가 좁아 어릴 때 뒤에서 절 밀면 찌릿찌릿한 기분이 들었거든요. 그런 기분을 떠올리며 작업한 곡입니다."

-두 번째 곡 '이슬방울'은 깊은 고민을 담은 노랫말과 달리 리듬이 경쾌합니다.

"제가 이명에 시달렸는데 그걸 무겁지 않게 표현하고자 했어요. 진짜 슬플 때, 농담을 던지듯이 해학적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

-앨범 수록곡 중 유일하게 클래식 기타가 등장하는 '미워요'도 비슷한 맥락의 곡인가요?

"어느날 걸어가는데 갑자기 헤어진 전 여자친구가 떠올랐고, 그녀가 너무 미운 거예요. 하하. 이 미운 마음을 시적으로 표현해보자는 마음으로 내용을 담았어요. 음악 자체는 마이너하고 어두운데, 해학적인 의미를 담아 아이러니함을 표현한 거죠. 사실 산울림도 동요적인 느낌의 곡이 많은데 대개 해학적이잖아요. 곡은 슬프게 느껴지는데, 가사는 밝고. 그런 혼란스러움이 사이키델릭이라고 생각해요. 신중현 선생님 음악도 그렇죠. (밝은 기타 리프가 인상적인) '담배꽁초'도 사실 혼자 외롭게 있던 내용을 담아낸 것이고요. 그렇게 이중적이고 헷갈리게 만드는 것이 사이키델릭이 아닌가해요. 그래서 보컬도 최대한 중성적인 목소리를 담고자 했어요."

-신중현 풍의 '바람 불어오면은', 록의 역동적인 에너지와 함께 봄기운을 담아낸 '봄날', 서울에 처음 올라왔을 때 여유가 없어서 제대로 먹지 못했던 김치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그대 그리고 또 그대', 영국 록밴드 '레드제플린'을 연상케 하는 펑키함과 산울림 식 보컬 조화가 인상적인 '정말 모르겠네' 등 앨범에 실린 다른 노래들도 좋은 곡들입니다. 이번 앨범을 작업하시면서 특별히 어려웠던 점이 있었나요?

"특별히 힘들었던 점은 없었는데, 1인밴드로 곡을 만들다보니(드럼을 미디로 찍었다), 라이브로 구현할 때가 걱정입니다.
6~7월부터 라이브 공연을 할 거 같은데 최대한 풀사운드를 낼 수 있게 멤버들을 구성하고 있어요."

[서울=뉴시스] 오지호. 2022.04.28. (사진 = 본인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어릴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나요?

"네 신중현, 산울림은 원래 듣고 있었어요. 제주에서 처음 기타를 배운 뒤 '신중현과 엽전들'의 음악을 듣고 충격을 받았죠. 사실 노래를 하고 싶어 가수 준비를 하기도 했어요. 외가쪽이 노래를 잘 하셨거든요. 그러다 중 2때부터 클래식 기타를 배웠는데 그 때는 잘 안 맞더라고요. 그러다 고등학교 2학년 말에 우연히 개그맨 신동엽 씨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레드 제플린의 '스테어웨이 투 해븐(Stairway To Heaven)' 도입부를 듣고 공중부양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그때부터 제대로 음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신동엽 씨 연주를 듣고 음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게 신기하네요. 하하. 이후에 어떻게 음악을 배우고 공부하셨나요?

"대학교는 가지 않았고 개인 레슨을 많이 받았어요. 버클리 유학을 다녀오신 연주자 등 유명하신 분들을 찾아다니면서 레슨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유명 학교를 나오지 않아서 학원을 떠나간 친구들도 있어요. 대학 진학을 원하는 학생을 둔 학부모님을 위해서 재즈 아카데미를 소개시켜주기도 했죠. 콩코드 음반을 내면서 신뢰가 생긴 것도 있어요. 같이 연주하시는 재즈 뮤지션들은 원래도 제 학력보다 연주와 음악을 보고 믿어주셨고요."

-벌써부터 '콩코드' 2집을 기대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오조 트리오 활동도 병행하시는 거죠?

"네 곡들은 이미 다 만들었어요. 편곡이 중요할 거 같은데 드럼 연주 등 리얼 악기를 많이 사용하력고요. 콩코드와 오조 트리오는 공통적인 부분이 있어요. 둘 다 즉흥연주가 틀이 된다는 점이요. 콩코드 곡 역시 다 즉흥연주라, 라이브 연주를 위해 다시 (멜로디와 코드를) 따고 있어요. 즉흥적인 사운드는 더 연구해나가고 싶어요. 두 팀의 차이점은 오조 트리오가 좀 더 난해하다면, 콩코드는 좀 더 편안하다는 거예요. 양갈래가 공존하면서 또 그 안에서 내용적으로 접점을 찾고자 해요."

-앞으로 어떤 뮤지션이 되고 싶나요?

"저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듣는 분들까지 생각하는 소통의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콩코드는 어떤 의미가 됐나요?

"제가 하고 싶어했던 걸 드디어 해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까지 제가 허투루 공부했던 것이 아니구나라는 생각도요. 그래서 기분이 참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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