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일했는데 통장엔 9만2천원…" 지적장애 40대 30년간 축사서 노동착취
2022.04.28 17:02
수정 : 2022.04.28 17:02기사원문
(정읍=뉴스1) 강교현 기자 = "집에서 키우는 개보다 못할 정도로…"
중증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형과 함께 취재진 앞에 선 동생 A씨(36)가 한 말이다.
28일 오전 전북 정읍시 비정규직 노동자 지원센터에서 '익산 축사 노동착취 사건'에 대한 폭로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장에는 피해자인 형 B씨(47)와 동생 A씨가 참석했다. 피해자인 B씨가 중중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만큼, 발언은 주로 A씨가 했다.
동생 A씨는 이날 "중증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형에게 30년간 일을 시키고, 제대로 된 임금을 지불하지 않은 업주의 강력한 처벌을 원한다"며 "심지어 업주는 장애인 연금과 기초생활수급비 등 9100만원을 빼돌리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A씨의 주장에 따르면 B씨는 중학교까지 정읍에서 지내다가 또래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등의 이유로 학업을 중단했다. 이후 집안 사정 때문에 일을 해야 했던 A씨는 이웃 등 주변 소개를 통해 C씨(70대)의 축사로 가게 됐다. 그리고 지난 1992년부터 가족을 떠나 최근까지 C씨가 운영하는 익산의 한 축사에서 소 50여마리 규모의 축사 관리 업무를 해왔다. B씨는 축사 옆에 마련된 컨테이너로 된 가건물에서 생활했다.
B씨는 이른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일했다고 했다. 반복되는 일에 지쳐 중간에 쉬고 싶었지만 바빠서 편히 쉴 수도 없었다고 했다. 여름에는 축사 악취가 집까지 스며들어 힘들었고, 겨울에는 전기장판에만 의지해 추위를 견뎌야 했다고도 설명했다. B씨의 이러한 생활은 지난 30년간 계속됐다는 게 동생의 주장이다.
이 같은 사실은 최근 A씨가 형을 만나러 축사를 방문하면서 드러났다. 축사에서 일하기 전 이들은 함께 살았다. 하지만 B씨가 취업형태로 해당 축사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가족과 떨어져 생활했다. 이후 처음 몇년간은 C씨의 도움으로 가족들과 만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그 횟수는 점차 줄어갔다.
A씨는 "어머니가 몸이 좋지 않아 시골집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최근 형을 찾아갔다. 그리고 형이 생활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금치 못했다"며 "냉장고는 텅텅 비어 있었으며, 그나마 있는 음식도 유통기한이 한참 지나간 즉석 음식들이었다. 잘 먹고 잘 지내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A씨는 B씨가 일을 하고도 합당한 임금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형은 임금 대신 용돈 형식으로 한달에 20~30만원을 받았을 뿐이며, 나중에 확인해 보니 형 통장으로 들어오는 연금이나 생활비 등 지원받는 돈 9100여만원을 C씨와 그의 아내가 빼 썼다"며 "심지어 C씨는 형 명의로 된 휴대전화를 개통하고, 본인의 휴대폰 요금도 형의 통장에서 나가게 자동이체 해놨다"고 폭로했다.
현재 A씨는 자신이 거주하는 광주로 B씨를 데려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A씨는 "진작부터 형에게 관심을 가졌어야 했는데 어머니와 두 누나도 몸이 좋지 않았고, 지금에서야 (본인)생활이 안정돼 형을 찾게 됐다"며 "제대로 된 임금도 못받아 통장에는 9만2000원만 남아있었고, 형이 집에서 키우는 개보다도 못하게 생활했다고 생각하니 화를 참을 수가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노무사와 센터의 도움을 받아 최근 경찰과 고용노동부에 C씨를 고발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C씨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회의 중이니 나중에 전화하겠다"고 전화를 끊었다. 이후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