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 끓는 솥에 손 넣어라"… 이런 軍 가혹행위도 집유
2022.04.28 18:40
수정 : 2022.04.28 18:40기사원문
지난달 해병대 연평부대에서는 선임병 3명이 막내 후임병을 구타하고 성고문을 하는 등 최근까지 위력 행사를 통한 군 가혹행위가 잇따랐다. 이에 전문가들은 군폭 사건 근절을 위해선 내부 감시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침을 얼굴에 바르게 지시 등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군 폭력 사건에 관한 최근 판례 중 실형이 확정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파이낸셜뉴스가 대법원 '판결서 인터넷 열람 시스템' 등에서 '위력행사 가혹행위' 혐의 관련 최근 2년간 1심 확정 판결문 41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28건으로 가장 많았다. 벌금형이 13건으로 뒤를 이었다. A씨는 지난 2020년 5월 후임병인 피해자에게 침을 뱉은 후 "선임 침은 스킨로션"이라며 피해자가 A씨의 침을 얼굴에 바르게 지시했다. A씨는 또 다른 후임병에게는 음모털을 뽑은 뒤 강제로 먹게 한 혐의도 받는다. A씨 사건을 심리한 대전지법 천안지원 재판부는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고, 형사처벌 받은 전력이 없다"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일부 재판부는 수직적인 군대 문화를 오히려 가해자가 유리하도록 인정했다.
대구지법 서부지원 형사합의 1부는 군인등강제추행, 위력행사가혹행위 등 혐의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B씨에 대해 "피고인이 가해자가 돼 범행을 저지른 데에는 수직적 위계가 강조되는 군대문화라는 특수한 환경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B씨는 4차례에 걸쳐 피해자에게 "국이 끓는 솥에 손을 담그라"며 피해자의 손목을 솥 안에 넣게 한 혐의 등을 받는다.
부산지법 서부지원도 같은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C씨에 대해 "군 복무 도중 잘못 형성돼 있던 악습을 답습하면서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C씨는 햄버거를 먹고 있던 후임을 위협하며 감자튀김을 피해자 입 안에 강제로 집어넣게 한 뒤 먹던 우유를 손등에 부은 혐의 등을 받는다.
군사 법 전문가들은 가해자 범행의 원인을 군 위계적 문화로 돌리는 재판부의 시각에 대해 비판했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군은 특수한 집단이기 때문에 사회랑 다르게 봐야 한다는 시각이 깔려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혹행위 관련 판결문에는 피해자가 범행으로 어떠한 피해를 입었는지는 찾아보기 어렵다"며 "(피해자 측은) 정신적 피해를 스스로 입증해야만 응당한 처벌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내·외부 감시체계 제고해야
아울러 군폭 사건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내·외부 감시체계와 병영문화 개선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사무국장은 "외부 모니터링 체계를 만들어 이를 활성화해야만 내부 문제를 파악할 수 있다"며 "감시 체계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군인권보호관 제도에 대한 기대감도 내비쳤다. 군인권보호관은 인권위 위원 중 1인이 겸직하도록 하며, 인권위 사무처에서 군 인권 관련 업무를 지원한다. 김 사무국장은 "군인권보호관의 권한 등에 대해서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사안"이라며 "제도 시행 이후 군 인권침해 예방과 구제가 원활히 이뤄지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라고 했다.
김기환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군 법무관 출신)는 "무조건적인 엄벌주의 보다는 잘못된 동료 의식 등과 같은 병영문화 개선에 힘 써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