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유

      2022.04.28 18:51   수정 : 2022.04.28 18:51기사원문
캄보디아엔 어딜 가도 야자수같이 생긴 팜나무가 있다. 현지인들은 꽃의 수액으로 설탕, 식초, 술을 만든다. 수액을 큰 가마솥에 넣어 막대기로 계속 젓다 보면 팜설탕이 된다.

나무는 집의 기둥, 젓가락, 숫가락, 그릇 재료로도 요긴하다. 과거 폴포트의 급진 공산정권이 저지른 대학살 '킬링필드' 현장에도 팜나무가 있었다. 나무의 날카로운 잎사귀가 칼처럼 쓰였다고 한다.

열대우림에서 잘 자라는 팜나무의 원산지는 서부 아프리카다. 동남아에 팜나무가 처음 뿌리를 내린 것은 19세기 중반으로 알려졌다.
시작은 관상용이었으나 20세기 이후 기름과 에너지 원료로 거듭났다. 이를 국가자산으로 끌어올린 나라가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다. 이곳에서 팜나무의 위상은 대단하다. 말레이시아 화폐 50링깃(약 1만5000원) 뒷면을 차지한 장식물도 팜나무다. 우리의 거북선, 물시계급으로 볼 수 있다.

팜나무의 열매는 살균, 압착, 원심분리 과정을 거쳐 팜유 원액(CPO)이 된다. 이를 정제한 것이 식용 팜올레인유(RBD)다. 열매를 짜는 과정에서 씨를 분리해 압착하면 질 좋은 기름 팜핵유(PKO)를 얻을 수 있다. 여기에 메탄올과 첨가제를 넣어 가공하면 친환경 연료 바이오디젤이 만들어진다.

일상생활 속에서 팜유를 마주치지 않기란 무척 힘들다. 과자, 빵, 라면, 초콜릿, 비누, 립스틱, 화장품 등 안 들어가는 곳이 없다. 슈퍼마켓 제품의 절반 이상이 어떤 형태로든 팜유를 함유하고 있다는 보고서도 있다. 팜유 세계 생산 1위 인도네시아는 전략적으로 팜농장을 키웠다.

인도네시아가 28일(현지시간) 0시부터 팜유 수출을 금지했다.
원자재 가격 급등과 함께 팜유 가격이 치솟자 자국시장 안정 차원에서 나온 조치라고 인도네시아 측은 밝혔다. 곧바로 국제시장은 팜유대란에 휩싸였고, 증시는 충격에 빠졌다.
자원이 경제를 호령하고 있다.

jins@fnnews.com 최진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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